새로 지은 춘천시동물보호센터 앞쪽의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지만, 한참동안이나 차안에서 내릴 수가 없었다. 유기견을 입양하기 위해 몇 주 동안 관련 책과 동영상을 뒤져보면서 나름대로 단단히 준비를 한다고는 했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어쩐지 망설여졌다. 어렸을 적 몇 번 개를 키워본 적은 있었지만 당시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부모님이었을 따름, 내가 ‘직접’ 개를 키우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만약 개와 앞으로 10년 혹은 20년을 함께한다면, 지금 선택에 따라서 내 인생이 달라지리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사실 차안에서 내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갈림길 앞에서 미적거리는 셈이었다.
가족을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이들이야 당연히 두 손 들고 환영했다. (정말로 두 손을 들고 만세를 불렀다.) 아내에게는 오래된 방법을 사용했다. 개를 키우면 아이들의 정서에도 좋을 것이고, 앞으로 집안일도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며, 《춘천사람들》도 이 코너로 인해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고, 대박을 터뜨리면 월급이 오를 수도 있고, 월급이 오르면 가방도 사줄 수 있고…. 10여 년 전 연애를 시작할 때와 똑같은 방식을 사용했다. 아내는 고맙게도 그때처럼 대충 속아주는 척 했다. 따라서 스스로를 설득하는 일만 남은 셈이었다.
그런데 그때 유기견 입양을 준비하면서 읽었던 어느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미국동물보호협회를 창설한 헨리 버그의 이야기였다. 동물보호협회 창설 당시 그는 사람보다 동물을 더 사랑한다는 이유로 대중들의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그 비난이 얼마나 큰 편견인 지를 몸소 증명했다. 동물학대방지법 산하에서 최초로 아동학대방지를 위한 법안을 이끌어 낸 것이다.
문득 개를 키우다보면,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손해 볼 것은 없지. 개를 키우고 돌보면서 더 나은 인간이 되리라. 그렇게 센터로 성큼 들어섰다. 그리고 센터 직원이 처음 데려온 유기견을 보는 순간,
“바로 너구나! 만나서 반가워!”
※‘춘삼’이라는 이름은 신문사 직원들과 함께 결정했다. ‘춘사’를 이끌라는 의미이다. 과연?
홍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