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개발공사 ‘허니 셀’ 공법에서 ‘파일’ 공법으로 두 차례 변경 신청
수십 개 쇠말뚝 박는 공사로 신석기 이상 유물·유적 파괴 위험 커져

강원도와 춘천시의 다양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 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지난 22일 중도개발공사의 기초시공 방식 변경 시도에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서 중도개발공사는 지난달과 이번 달 두 차례에 걸쳐 문화재 위원회에 기초시공 방식 변경 신청을 한 바 있다.

범대위는 성명서에서 “문화재위원회 심의위는 지난 17일 레고랜드 유적 박물관과 공원 건설 사업을 조건부 통과시켰다. 그러나 테마파크 내 ‘호텔’과 ‘전망 타워’ 승인은 공법 등의 문제로 심의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며 “심의위의 ‘보류’ 판정은 유물·유적 파괴 가능성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중도개발공사가 기초시공 방식을 변경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중도는 모래로 구성된 사암지대다. 이 때문에 엘엘개발(현 중도개발공사)은 문화재 보존 등을 감안하여 ‘허니 셀(Honeycell) 기초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시공 계획서를 사업 초기인 2016년 6월 문화재 위원회에 제출했었다. ‘허니 셀 기초 방식’은 땅을 깊이 파지 않고 벌집 모양 구조물을 바닥에 까는 특수공법이다. 

그런데 중도개발공사는 갑자기 호텔과 전망대의 기초시공 방식을 ‘허니 셀’ 방식에서 ‘파일(pile) 기초 방식’으로 변경하겠다며 지난달과 이번 달 두 차례에 걸쳐 허가를 신청했다. 말뚝박이형 기초시공으로 알려진 ‘파일 방식’은 통상 10m 이상인 기초용 말뚝 수십 개를 수십 미터 깊이로 박아 넣는 공사이다. 

범대위는 “애초 중도개발공사가 허니 셀 방식은 고층건물에 잘 쓰이지 않을뿐더러, 모래로 형성된 지반에는 더욱 부적절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편법을 이용한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레고랜드 호텔과 전망대가 들어설 터는 현재 발굴조사가 청동기 시대까지만 이루어진 상태다. 따라서 기초시공을 파일방식으로 할 경우 신석기 시대 이상의 유물과 유구는 발굴 조사 한번 못한 채 완전히 파괴되어 버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문화재 위원회 이청규 매장 분과위원장은 심의 과정에서 말뚝을 얼마나 깊고 넓게 박는지, 기존 유구 층과의 관계는 어떤지, 관련자료 보완을 요구했지만 사업자 측은 두 번째 신청 때도 명확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아 결국 심의 보류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범대위는 중도개발공사에 파일 공법 도입 즉시 중단을 요구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에게는 ‘문화재 관리법’에 의거해 문화재 파괴 행위를 즉각 중지시키라고 촉구했다. 문화재위원회에는 문화재 파괴와 관련된 모든 허가를 거부하고, 특별 조사 및 관리·감독을 통해 위반 사항을 적발해 즉각 의법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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