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초고층빌딩 신축을 반대하는 시민 대토론회’ 개최
“2020년 인구 40만 명, 과도한 추계가 무분별한 개발 촉발”

춘고 앞 초고층 오피스텔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 토론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분출했다.

지난 23일 춘천시보훈회관에서 60여 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학교 앞 초고층빌딩 신축을 반대하는 시민 대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변지량 춘천비전21 상임대표의 사회로 진행됐다. 오동철 춘천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과 강대규 변호사가 발제를 맡았다. 엄재철 전 강원도지사 복지특보, 강대덕 전 독립기념관 학예실장, 김진선 그린교육운동본부 대표, 이종채 춘천고등학교 1학년 학생, 유정선 전 강원도의원, 남상규 강원도의원, 김은석 춘천시의원이 토론에 참여했다.

지난 23일 열린 ‘학교 앞 초고층빌딩 신축을 반대하는 시민 대토론회’. 춘고 앞 오피스텔 건축을 반대해야 하는 다양한 이유가 쏟아졌다.

△발제 내용 요약

오동철 위원장은 발제를 통해 춘천이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도시, 청정도시, 호반의 도시, 관광도시 등 춘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마구잡이식의 개발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춘천의 도시계획 과정에서 과도하게 산정된 인구추계를 난개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2006년 1월 24일, 2020년 춘천도시기본계획(안)공청회가 개최됐는데 이때의 계획은 ‘인구 55만 명’이었다. 2006년 6월 28일에는 2020년의 목표인구 인구를 40만 명으로 수정했다. 2007년 7월에 인구 40만 명을 상정한 2020년 춘천도시계획(안)이 건설교통부의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2008년 3월에는 용도지역변경 23개소, 용도지구변경10개소, 용도구역변경 2개소, 지구단위계획구역 2개소, 도시계획시설 254개가 확정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인구 추계를 너무 높게 잡고, 거기에 맞춰 주택을 공급하다 보니 무분별한 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됐고 그 결과, 도시의 정체성이 훼손됐다. 춘고 앞 오피스텔은 이러한 문제가 표면화된 현상이다. 춘고 앞 오피스텔 인허가를 내어 준다면 지자체가 개인의 이익을 공익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이는 직무유기다.”

강대규 변호사는 지자체, 사업주, 시민단체들이 춘고 앞 오피스텔과 유사한 문제로 법적 공방을 벌인 사례와 결과를 소개했다. 사례들을 토대로 최근의 판결추이를 분석한 결과, 일조권, 사생활 보호, 학습권 보호 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피해 당사자들이 객관적 증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과 질의응답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의견과 대책이 쏟아졌다.

춘천고 1학년 이종채 학생이 말문을 열었다. 이종채 학생은 “지금도 통학 때 안전의 위협을 느끼는 장소”라며 “춘고 학생들의 안전과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어른들이 문제를 해결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선 그린교육운동본부 대표는 위원회의 불투명성과 위원들의 자격에 대해 꼼꼼하게 지적했다. 

“작년 7월에 춘천시 교통영향평가 승낙이 떨어졌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혼란한 틈을 타 기습적으로 지난 2월에 교육환경평가 심의를 통과했다. 당시 교육환경평가 심의위원장이 당시 강원도교육청 교육국장이었다. 임기 바로 직전에 교육환경평가를 졸속으로 했다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당시 평가위원 가운데 춘천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타 지역 분이 심의위원으로 참여했다는 말을 들었다. 교육환경평가나 교통영향평가 위원은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평가 내용을) 공개를 못할 이유가 없는데 자기네 나름의 조항을 가지고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강원도 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춘천시에서 교통영향평가가 통과됐기 때문에 강원도 교육청에서는 그것을 바탕으로 통과시켰다는 답변을 들었다. 말도 안 되는 행정처리다.”

강대덕 전 독립기념관 학예실장은 춘천고의 역사적 가치를 강조했다. 

“춘고는 100년이 다 된 학교이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전통을 가진 학교를 문화재로 취급해서 잘 보전하려고 한다. 춘고에는 학생운동, 학도병과 관련된 역사가 많다. 머지않아 근대문화재로 지정될 텐데 이러한 요소들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엄재철 전 강원도지사 복지특보는 공공성에 대해 지적했다.

“그동안 벌어졌던 일들을 살펴보면 누가 돈이 많은지에 따라 결정되곤 했다. 개발도 마찬가지다. 이런 과정에서 공공의 이익이 무시되곤 했다. 얼마 전 강릉에 갔다 왔다. 평소에 경포 바다를 구경하던 전망대가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호텔이 들어서서 더 이상 그곳에서 바다를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이제 돈을 내고 그 호텔에 들어가야지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레고랜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춘천의 자연환경을 빼앗기고 있다. 춘천시가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 앞 시설에 대한 시스템과 제도를 확실히 정했으면 좋겠다.”

방청객의 의견도 이어졌다.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한 시민은 사업방식에 내포된 문제를 꼬집었다.

“이 사업 자체가 경영학적으로 봤을 때 타당성이 전혀 없다. 춘천 시민의 특징은 급여 생활자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오피스텔을 분양해서 이런 일반 시민들이 모아 놓은 돈을 노리는 사업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개발행위가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가치를 증진해야하며, 증진된 가치를 다시 시민들이 나누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런데 춘고 앞에 짓는 오피스텔 건립 방식은 특정 개인의 가치만 증진시킬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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