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24절기와 세시풍속] (8) 낮의 날, 하지입니다
[기획연재: 24절기와 세시풍속] (8) 낮의 날, 하지입니다
  • 홍석천 기자
  • 승인 2020.06.29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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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중 열 번째 하지

하지는 대개 양력 6월 22일 무렵이다. 올해는 지난 21일이 하지였다.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높아진다. 그러나 남반구에서는 북반구와 반대로 하지에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낮다.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다. 동지에 가장 길었던 밤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여 이날 가장 짧아지는 반면, 낮 시간은 1년 중 가장 길어진다.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높은 도시 순서대로 고성은 14시간 50분, 서울은 14시간 45분, 대구는 14시간 35분, 제주도는 14시간 23분이다. 북한까지 포함하면 함경북도 온성군은 무려 하짓날 낮 길이가 15시간 22분으로 제주도보다 1시간 더 길다.

지난 21일은 24절기 중 열번째 하지였다.

장마와 가뭄 대비도 해야 하므로 이때는 1년 중 추수와 더불어 가장 바쁜 시기다. 누에치기, 감자 수확, 고추밭매기, 마늘 수확 및 건조, 보리 수확 및 타작, 모내기, 그루갈이용 늦콩 심기, 대마 수확, 병충해 방재 등이 모두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 남부지방에서는 단오를 전후하여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무렵이면 모두 끝나는데, 이때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따라서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뜻으로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는 속담이 있다. 이모작을 하는 남부 지역에서는 하지 전후를 모심기의 적기로 여겼다. 또 이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농촌에서는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 민간에서는 산이나 냇가에 제단을 만들고, 마을 전체의 공동행사로 제사를 지냈다. 제주는 마을의 장이나 지방관청의 장이 맡고, 경우에 따라서는 무당이 제를 관장하기도 한다. 또 신성한 지역에 제물로 바친 동물의 피를 뿌려 더럽혀 놓으면 그것을 씻기 위해 하늘이 비를 내린다는 생각으로, 개나 소 등을 잡아 그 피를 바위나 산봉우리 등에 뿌려 놓는 풍습이 있었다.

동양에서 하지를 바쁘게 보내는 것과 반대로 서양에서는 여유 있게 쉬는 날로 인식되는 곳이 많다. 특히 북유럽에서 이런 경향이 강한데 가장 신록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도 하지 기간을 배경으로 한 낭만적인 이야기이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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