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자 현장 인터뷰] 나만의 책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취재기자 현장 인터뷰] 나만의 책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 박종일 기자
  • 승인 2020.06.29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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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작가 최석규·성현·참깨

최근 주목받는 문화현상의 하나가 독립출판이다.

독립출판이란 일반인 또는 작가가 소량의 주문 인쇄 방식을 활용하여 기성 출판사나 서점을 통하지 않고 적은 편수의 출판물을 펴내고 유통하는 방식이다. 개인이나 소수의 취향이 반영된 경우가 많고 기획과 편집·디자인·유통 등 일원화가 특징이다.

독립출판은 각종 SNS와 유튜브·팟캐스트 등을 활용한 1인 미디어 시대가 활짝 열리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자기표현의 글쓰기를 독립출판으로까지 이어간 시민 최석규·성현·참깨(필명) 3인을 만나 독립출판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좌측부터 독립출판 작가 최석규, 참깨, 성현이 각 자의 출판물을 소개하고 있다.

독립출판에 관심을 갖게 되고 책까지 내게 된 계기는?

참깨 경기도가 고향인데 강원대에 진학하면서 춘천과 인연이 닿았다.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책으로 낼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 서울에서 독립출판과 독립서점 등이 알려지고 춘천에도 작은 독립서점들이 생겨나면서 그곳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나만의 출판물을 내보고 싶어졌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 정착하면서 외로움이 자양분이 됐다. 2019년 봄, 어린왕자를 재해석한 어른을 위한 만화 《제7의 행성》을 출판했다.

성현 서울이 고향이고 현재 춘천에서 조경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강원대를 졸업하고 잠시 서울에 있다가 2017년에 춘천으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시를 써왔고 신춘문예에 응모도 했었지만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시들이 꽤 많이 모였을 무렵 스스로를 격려하자는 의미로 2016년 서울에서 첫 시집 《씨, 발아한다》를 펴냈다. 

그때만 해도 독립출판이라는 개념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요즘에는 문화현상으로 언급되지만 내 생각에는 독립출판의 개념과 역사는 쉽게 정의하기 어렵다.

미술전공학생들이 만든 포트폴리오나 심지어 대학가 주점 등에서 본인이 쓴 글을 엉성하게 제본해서 천 원씩 파는 가난한 무명 시인의 인쇄물도 독립출판일 수 있다.

지금처럼 널리 알려진 건 2017년 전후로 최유수, 김은비, 백세희 등 독립작가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전국 각 지역의 독립서점들이 개성 있는 명소로 알려지면서부터이다. 또 1인 미디어 전성기하고도 맞물려 있다. 나는 독립출판을 소통창구로 삼은 것이다.

지금까지 5작품을 출판했는데 춘천에 와서는 시집 《당신의 베개에 안녕을 수놓겠어요》,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 되었네요.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산문집 《아, 새벽에 잠 못 드시는 그분이요?》를 펴냈다.

시집 《당신의 베개에 안녕을 수놓겠어요》 중  <비명>은 성현 씨가 가장 아끼는 시이다.

최석규 강릉이 고향이고 강원대 진학을 계기로 춘천시민이 됐다. 글쓰기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대학졸업 후 한림대 근처에서 카페 겸 독립서점 ‘복학’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를 표현하고 세상에 하고 싶은 말들이 쌓여서 2권의 책을 냈다. 현대인의 마음의 병인 우울증을 주제로 한 산문집 《애드리브》와 사막여우가 주인공인 사랑의 우화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를 출판했다.

독립출판의 매력은 무엇인가?

참깨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나의 경우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방식 중에서 책이 가장 맞았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

성현 집필부터 유통까지 출판의 모든 과정을 직접 하는 게 재미있다. 그리고 마침내 한권의 책을 손에 쥐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크다. 반응이 좋으면 출판사로부터 작품의뢰를 받을 수 있다. 

최석규 문턱 높은 출판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책을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나만의 생각을 제약 없이 마음껏 풀어 낼 수 있다는 것도. 취향과 생각이 비슷한 독자에게서 피드백을 바로 받았던 것도 좋았다.

춘천의 독립출판 여건이 궁금하다 그리고 출판 비용은 어느 정도이며 판매는 어떻게 하는가? 

성현 춘천은 일반 시민의 독립출판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부족한 게 많다. 소량 출판 인쇄의 노하우가 있는 서울이나 파주의 인쇄소에 가야하고 디자인은 인맥을 동원한다. 춘천에도 독립출판활동이 활발해져서 지역의 인쇄소에서 작업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판매는 ‘서툰책방’, ‘책방마실’ 같은 지역의 독립서점과 전국의 독립서점에 입고문의를 하고 연락 오는 서점에 입점을 한다.

《씨, 발아한다》는 300부를 펴내는데 70만 원,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 되었네요.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는 1천 부에 130만 원이 들었다. 그런데 장르와 종이·컬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참깨 《제7의 행성》 500부를 내는데 유통비까지 130만 원 정도 들었다. 그런데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면 1백만 원으로 500부에서 1천부까지 출판가능하다. 이 책은 낡은 갱지의 느낌이 필요해서 종이 수급이 수월한 파주의 한 인쇄소에서 작업했다. 유통은 독립서점에 맡기고 있다.

참깨의 첫 작품 만화 《제7의 행성》.

최석규 《애드리브》는 1천 500부에 130만 원,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는 500부 150만 원이 들었다. 국제 표준 도서 번호(ISBN)가 없는 독립출판물은 독립서점에서 판매된다. 정식출판물로 인정받지 못해서 대형서점이나 일반서점에 입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 쓰는 게 즐겁고 출판의 성취감도 크긴 하지만 힘든 점도 분명 있을 것 같다.

성현 작가마인드와 편집자마인드 그리고 판매자로서의 마인드. 이 세 가지 캐릭터가 충돌할 때 고충이 크다. 또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수익이 잘 나지도 않는다.

독립출판물은 초판으로 천 부 정도를 완판한 후 2쇄를 찍어낼 정도가 되어야 수익이 난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그게 정말 어렵다.  현재 출판물로 수익을 얻은 건 거의 없다. 

참깨 환경도 좋아지고 많은 책들이 나오지만 수익을 올리는 건 많지 않다. 큰돈을 바라고 책을 낸 건 아니지만 수입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획부터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최석규 두 분의 고민과 같다. 기획하고 집필하는 건 즐겁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서 책을 내는데 잘 팔리지 않는다면 소통이 잘 안 되는 거니까. 춘천에서 독립출판물을 많이 찾는 분위기가 빨리 조성됐으면 좋겠다.

독립출판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 계획은? 

최석규 책이 나오면 벌거벗은 기분이다. 나를 알고 싶으면 책을 보라고 권한다. 솔직한 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독립출판물은 바로 그런 거다. 나의 취향부터 정치·사회적인 입장까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들을 간섭 없이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다. 그게 필요하다면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조만간 카페와 독립서점을 겸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열 계획이다. 이번엔 오래하고 싶다.

최석규 씨가 힘들게 쓴 만큼 애착이 크다는 《애드리브》의 머리말이다.

참깨 나도 솔직한 나를 담긴 했지만 필명으로 활동한다. 가족에게도 출판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일상의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도 많을 거다. 그런 창구로서 독립출판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내 책은 그림과 글이 섞여있다. 만화책이지만 그렇다고 보통의 만화책과는 좀 다르다. 웹툰을 할 정도로 드로잉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표현방식이 무궁무진하고 모든 게 허용되기에 가능하다. 그러니까 주눅들 필요 없이 도전해보길 권한다. 두 달 후 《안녕 나의 첫 자기 소개서》라는 만화형식의 두 번째 책이 나온다. 지금 막바지 작업 중이다.

성현 글 쓰는 나와 생활인으로서 나는 다른 것 같다. 내가 되고 싶은 이상적 자아가 책에 투영된다. 현실의 나는 바쁜 일상에서 이상의 근처에 가보려고 틈틈이 노력한다. 독립출판은 그런 거다. 나의 이상에 최대한 가까이 가보려는 노력이다. 앞으로도 시를 꾸준히 계속 쓰고 책을 낼 거다. 당장은 2달 전 출판된 시집이 좀 더 팔렸으면 좋겠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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