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고 앞에 25층 높이의 오피스텔을 건축하려는 계획을 시민사회가 시위를 통하여 문제제기를 시작한지도 한 달이 되어간다. 그간 다양한 시위나 문제제기와 함께 ‘학교 앞 초고층 건축물 신축저지 범시민추진위원회’(이하 범추위)가 결성되는 등의 변화는 있었지만 정작 문제를 만든 시와 도교육청의 입장 변화는 아직 없다. 

다행히 도교육청이 교육환경평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어느 정도 보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시민단체나 학부모 조직이 시위와 성명서 발표, 토론회 개최를 통한 여론전을 펼치고 학생들의 집단 탄원서를 교육청에 제출하는 노력을 하더라도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법의 테두리를 넘어설 수는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물을 짓고자 하는 사람이 교육환경평가와 교통영향평가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면 층수나 모양에는 다소 변형이 생길지 모르지만 여전히 크고 위협적인 건물이 학교 정문 바로 옆에 들어설 수 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태가 벌어지게 된 지금까지의 경과 속에는 개선되어야 소지가 많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몇 가지는 점검하고 시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에서 담당한 교통영향평가도 문제지만 교육청에서 담당하는 교육환경평가가 더 문제다. 교통영향평가는 대체로 기술적인 문제에 해당하지만 교육환경평가는 기본적으로 교육현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교육권이라는 철학적이고 가치지향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통영향평가에서는 차들이 잘 소통될 수 있게 설계를 변경해서 법에서 정한 기준을 통과하기만 하면 더 다른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지만 교육환경평가는 적극적인 요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교육환경평가의 근거가 되는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은 제1조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법은 학교의 교육환경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학생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법의 취지대로라면 교육수요자인 학생들이 자신이 처한 교육환경이 ‘건강하고 쾌적한’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강원도교육청이 되돌아보고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교육환경평가에 다양한 교육주체들의 의견이 고루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이번 해당지역 인근에 소재한 학교의 학생들이 강원도교육감에게 탄원서를 보낸 사실이 반증하고 있듯이 강원도교육청 교육환경평가위원회의 구성에는 학생의 의견을 투입될 창구가 없었다. 총 1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는 위원장인 도교육청 교육국장과 교육청 공무원 3명, 교육지원청 공무원 1명, 도청 공무원 3명, 교장 3명, 교사 1명, 교수 2명, 강원도학교운영위원회총연합회 회장 1명이 참여한다. 학생대표가 없다면 학부모대표라도 더 많이 참여한다면 보다 더 다양한 교육주체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등하교시 좁은 길을 지나다니는 차량에 부딪히는 아찔한 경험을 한 학생들의 마음이 반영될 여지를 더 열어야 한다.

학생들을 직접 참여시키기 어렵다면 실제 학생들이 처한 현장에 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어볼 필요가 있는데 이번 교육환경평가에서는 그랬다는 이야기가 없다.

교육환경평가를 재검토하겠다는 강원도교육청이 이번 일을 계기로 교육수요자의 교육권 보장과 현장 행정을 더욱 더 다지게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