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 기자

코로나19로 비대면 방식이 대중화하면서 도드라진 사회 문제의 하나가 디지털 정보 격차이다.

디지털 정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후에도 배달 어플로 필요한 만큼 식품을 구입했고, 긴급재난지원금도 모바일로 쉽게 수령했다. 밖에서도 키오스크나 무인계산기를 스스럼없이 사용했다. 하지만 디지털 정보 검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마트에 가서 한 번에 많은 양의 식료품을 사야 했고,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기 위해 오랫동안 줄을 서야 했다.

디지털이 보편화되면서, 디지털 정보 격차는 생활수준 격차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디지털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은 생활의 편리함을 만끽한다. 반면, 디지털 이용에 서투른 사람들은 생활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일상에서 아날로그 영역이 축소될수록 디지털 격차의 상대적 불편은 한층 더 가중된다는 것이다. 가령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로 기차표를 발권하면 모바일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번번이 매표소 앞에서 매진 사태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디지털 정보 격차는 단순한 ‘격차’에서 끝나지 않고, 인식과 생각, 문화 등 사회적 격차로 확대되어 ‘소외’ 현상까지 일으킬 수 있다.

디지털 소외 현상은 앞으로 더 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2019년 지급결제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뱅킹과 모바일 뱅킹 이용은 늘어나는 반면, ATM 설치 대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018년 ATM 설치 대수는 11만9천900대로 2013년 대비 4천300대 감소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늘면서 디지털 소외 계층의 고충을 이해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 서비스 도입 증가로 노인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것 같다’라는 질문에 85.5%가 동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조사에서 4대 정보취약계층으로 고령층뿐만 아니라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이 꼽혔다. 이는 디지털 활용 수준과 함께 디지털 기기를 상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까지 고려한 결과이다.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고령층이 64.3%로 가장 낮다. 다음으로 농어민이 70.6%, 장애인이 75.2%, 저소득층이 87.8%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단순한 방법은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연령, 성별, 국적,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 가능한 설계이자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이다. 디지털 소외 계층은 디지털이라는 방식 자체에서 소외를 당했다기보다는 디지털 방식으로 접근하는 통로가 차단됐기 때문에 접근성에 다한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춘천시는 ‘춘천 유니버설디자인 국제 포럼’을 개최하고 어떤 시민도 소외되지 않는 디자인의 가치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이제 이러한 가치를 디지털 세상에도 옮겨 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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