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논평] 겨우 201명이다.
[이슈논평] 겨우 201명이다.
  • 이진천 (전국귀농운동본부 이사)
  • 승인 2020.06.2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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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천 (전국귀농운동본부 이사)
이진천 (전국귀농운동본부 이사)

누가 농민이었나? 

우리 모두 농민의 후손임은 100% 확실하다. 서울 토박이라고, 대대로 선비 집안이었다고 우겨도 다 쓸데없다. 몇 대만 거슬러 올라가면 농민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난다. 백의민족이나 배달의 민족은 곧 농사짓던 민족이라는 뜻이다.

그 농민은 근대화의 물결 속에 꾸준히 줄어들었으나 농촌이 견딜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맹렬했던 도시화와 산업화의 60~70년대부터 급격하게 농민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90년대 이후는 농산물 수입개방의 밀물에 농사가 답이 안 나오는 일이 되었고, 농민의 농업농촌 이탈은 역시 멈추지 않았다. 

요즘의 감소 추세는 특이하다. 농사지으며 농촌에 살고 싶어도 농촌의 생활기반이 워낙 취약하다 보니, 농사를 짓더라도 읍내나 도심에 사는 추세다. 젊은 농민부부는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이 없고 다닐 학교가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논밭과 먼 읍내에 집을 마련해야 한다. 이중삼중의 고통이다. 이러니 전통적인 의미의 농민이 두텁게 모여 사는 농촌이 아니라, 외국인 인력으로 지탱되는 농업만 남아있는 황폐한 농촌이 되었다. 

4월 혁명의 1960년도에 대한민국 2천500만 인구 중에 농가인구는 1천420만이었으니 57%에 달했다. 5월 광주의 1980년에는 3천810만 중 1천080만으로 28%였다. 그로부터 또 20년이 지난 2000년에는 국민 4천280만 중 농가인구가 660만으로 그나마 15% 정도는 유지했다. 마침내 2020년에는 5천170만 중에 220만, 4% 남짓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머릿수가 100% 늘어난 60년 동안, 농가인구 또는 농민들의 숫자는 85%가 줄었다.   

춘천은 어떨까? 

2005년 2만여 명 되던 춘천의 농민이 지금은 1만여 명 수준이다. 강원도는 150만 중에 농민을 15만으로 본다. 이렇게 ‘본다’고 말하는 까닭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농민’이라고 부르지만 법적 용어는 ‘농업인’이고, 기준에 따라서 계산 방식도 다르다. ‘농업경영체’나 ‘농가 경영주’가 다르고 ‘농가인구’도 다르다. 농지 기준이냐 주소지 기준이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80대 농민과 20대 농민의 양상이 다를 수 있으며, 농지개발과 차익을 노리는 가짜 농민이라는 불법적인 숫자까지 개입해 있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하자.

누가 농민일 것인가?

지난 3월 강원도가 만18~45세 청년농업인 현황조사를 처음으로 수행했다. 이 조사가 얼마나 정확한지 당장은 중요하지 않다. 처음으로 나온 통계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 강원도 전체 청년농업인은 2천797명이다. 그 중에 부모님의 농사를 물려받거나 같이 짓는 승계농이 1천590명이다. 기특하게도 청년농업인 열 명 중에 여섯 명은 집안의 농사를 이어간다는 뜻이다. 물론 거꾸로 보면 그만큼 기반 없이 농사를 시작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뜻도 된다. 

춘천은 어떨까? 

201명으로 집계되었다. 20대 초반이 1명이고 40대 초반이 58%인 116명이다. 알아둘 것은 농업부문의 청년농업인 지원정책은 45세까지를 대상으로 하지만, 그 외의 모든 청년정책은 39세까지를 청년으로 본다. 20~30대를 기준으로 본다면 춘천의 청년농업인은 116명을 뺀 85명이다. 

앞으로 누가 농민일 것인가? 일단 이들 201명이다. 춘천 농민 1만여 명 중에 2%. 일단은 이 201명의 청년들부터 기대를 걸어야 한다. 201명은 중고등학교 한 학년쯤 된다. 춘천시는 다른 시군에 비해서 청년농업인 정책을 잘 펴고 있다. 청년농업인 지원조례도 만들었고, 조례에 근거한 위원회도 구성했으며, 국비사업 수혜자가 적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춘천시 자체 재원으로 창업농지원사업을 따로 만들었다. 청년농업인센터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일단 모처럼 칭찬할 만하다. 출발이 나쁘지는 않다.

그렇다고 충분하다는 건 아니다. 농정이 생산주의에서 사람중심으로 바뀌려면, 사람을 파악하고 꼼꼼히 챙기는 일부터 해야 한다. 춘천의 청년농들의 고민과 생활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아직도 사람이 아니라 지원사업 중심으로 일을 풀어간다. 청년농들을 모르고,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챙길 조직도 어른도 당장은 없다.

그렇게까지 챙겨야 하나? 

공평무사하게 지원하면 되는 것 아닐까? 아니다. 청년농들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그들이 춘천 농업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챙기지 않으면서 어디 다른 데에서 청년들이 오기를 바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결정적으로, 겨우 201명이지 않는가! 이 숫자에 담긴 미래는 얼마나 위태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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