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 마주하기] 온라인 수업은 미래 교육이 아니다.
[학교교육 마주하기] 온라인 수업은 미래 교육이 아니다.
  • 박정아 (금병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20.06.2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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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아
(금병초등학교 교사)

1997년 IMF의 국제구제금융 수용을 배경으로 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서열 순서가 높아 보이는 어느 한 장관이 “이 기회에 싹 갈아엎자”라고 말했다. 어떤 삶들이 갈아엎어질지 염두에 없이. 그 시기에 나왔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임시조치들은 이제 법과 제도로 우리를 옭죄고 있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에서 취해지고 있는 임시조치들이 마치 국가부도 위기 상황과 오버랩된다. 교육 역시 그러하다. 어떤 삶들이, 어떤 가치들이 갈아엎어지고 있는지 되묻자. 

코로나19의 재유행과 장기화의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또한 감염병의 반복적인 발생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원칙적으로 입장을 세우고 교육적으로 대응할 때다. 일부에서는 온라인 개학과 동시에 진행된 온라인 수업이 마치 미래교육의 방향인 양 말하고 있다. “전국의 교사들이 잠자고 있던 미래 교육을 소환해 왔다”고까지 치켜세운다.

원격 기술의 교육적 활용가능성과 온라인 수업으로 국가의 공식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는 온라인 개학이라는 ’임시조치‘로 국가교육과정을 운영했다. 그것이 교육의 본질에 맞는 것인지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하여야 한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학교 교육으로 펼쳐진다. 학교 교육과정의 목적은 학생들의 발달을 지원하는 교과와 생활교육이다. 온라인 개학 기간 중 이루어진 원격학습은 이 두 가지 목적을 충분히 지원할 수 없었다. 교과 성취에서 광범위한 결손과 학습 기회의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학생자치문화는 후퇴되었다. 

정부에서 급히 내어 준 33만대의 스마트기기들. 학생들이 똑같은 노트북을 가졌다고 똑같은 교육환경이 지원된 것은 아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크는 학생들, 장애가 있는 학생들, 공부방이 없는 학생들, 평소에 스마트 폰을 사주지 않던 부모를 둔 아이들이 다 다른 환경의 온라인 수업을 했다. 잘 배웠을까? 비록 수업자료가 공들여 잘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배움은  그 접근에서 평등하지 않았으며 내용의 질은 알 길이 없고 그 결과 역시 공정하지 못하다. 

원격수업이 대면 교육을 대체해 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고 그로 인한 학생발달의 불균형, 학생 간의 학습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는 이미 충분히 제기 되고 있다. 삶에 있어서 중요한 소통과 공감을 경험하는 것도 학교에서 제공하는 공공성의 영역이다. 어쩌면 한 시간의 수업으로 수능 시험에 응시 가능한지, 중간고사 성적산출을 위한 시간을 이수했는지 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인데 놓쳤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다양한 내용을 함께 체험한다는 것은 학교라는 공간에서만 가능하다. 온라인 클래스와 민간통합 원격학습 플랫폼은 아니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학생과 사물과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학생발달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상호 작용이 극도로 제한된 온라인 개학과 일률적인 온라인 수업은 재고되어야 한다.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온라인 수업이라는 초고속의 지침이 없었다면, 또 우리가 좀 더 준비할 수 있었다면 코로나19 사태에서 학교는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번처럼 획일적인 온라인 수업만이 아니라 지역마다, 학교마다, 교사와 학생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대체 수업형식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코로나19라는 재난을 타고 ‘비대면, 비접촉 사회가 도래될 것이니 학교는 안전하지 못하다. 그럼 이제 플랫폼 학교를 만들자’라는 이야기들이 더 만발할 것이다. IMF 국가부도위기 때처럼.  

반면 코로나19 사태에서 한국 교육의 모순은 또 다시 드러났다. 기승전 ‘대학’으로 끝나는 학교 교육이 과연 공교육인지. 학생들은 왜 그렇게 학교에 오래 머물러야 하는지, 학생들이 학교에서 행복하게 배우고 있고, 그 배움의 경험이 자신과 내 주변의 삶을 바꾸는 참여로 이어지고 있는지. 생태, 인권, 민주, 참여, 평등의 가치가 학교 교육에 반영되고 있는지. 중앙집권의 교육정책이 시도교육청으로 이양되고 있는지. 관료적 의사 결정에서 교육주체들의 참여로 민주적인 학교운영이 되고 있는지. 일터에 나간 보호자를 대신한다는 정도의 돌봄을 넘어서  가정에서와 같은 돌봄과 양육의 시간과 권리를 노동자 부모들에게 사회적으로 보장해 주고 있는지.

코로나19 사태에서 온라인 수업이 미래 교육을 앞당겼다는 말이 숨기고 있는 교육 문제를 다시 소환하자. 그리고 지금 취해지고 있는 임시조치들이 법으로, 사회규범으로 자리 잡지 못하게 하자. 오늘의 실천으로 공유지* 학교를 지키는 것이 미래교육이다.

*《오늘의 교육》(2020년 5+6월호)에 실린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해고 강사인 채효정 님의 글 “구글리피케이션(온라인 교육이 공유지를 약탈하는 방법)”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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