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동물보호센터가 이전하면서 입양절차가 다소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직원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센터 방문 당일 바로 입양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입양을 결정하더라도 며칠 동안의 숙려기간을 거친 후 센터에서 실시하는 교육에 참가해야 유기견을 데려갈 수 있었다.
어쨌든 월요일에 춘삼이를 ‘찜’하고 나서도 나흘을 기다린 끝에 금요일에야 춘삼이를 데리러 갈 수가 있었다. 입양을 결정하고 나서 기다리던 시간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어느새 춘삼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는 심정(첫째가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으로 금요일만 손꼽아 기다렸다.
금요일 아침 집 근처 반려동물 용품점을 찾아 사료, 간식, 개껌, 이동장, 목줄, 배변패드, 동물용 샴푸, 귀 청소액 등 기본적인 준비물을 구입했다. 개밥그릇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신나게 설거지를 하다가 이가 빠진 사기그릇 몇 개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센터에 도착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예방접종의 종류와 시기, 반려견을 키울 때 기본적인 주의사항 등을 듣고 나서 마침내 춘삼이와 재회할 수 있었다. 직원이 들고 온 춘삼이는 센터 내 미용시설에서 목욕과 이발을 마친 깔끔한 모습이었다. 너무 반가워 떨리는 목소리로 “춘삼아, 나야! 아빠야!”하고 달려갔지만 당연하게도 춘삼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했다. 게다가 이동장에 억지로 넣고 보니 어디론가 끌려간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구슬픈 소리로 낑낑거렸다. 차를 운전하고 오는 동안 상태는 점점 심각해져갔다. 아무리 “괜찮아, 이제 우리 같이 살 거야. 조금만 기다려.” 따위의 소리로 타일러 봤자 개가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리 만무했다. 춘삼이는 개니까. 하지만 소용없는 줄 알면서도 진땀을 흘려가며 개에게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인간이니까.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동장을 빠져나온 춘삼이는 나와 아내 그리고 두 아이들을 잠시 둘러보더니 자신이 가족의 일원이 됐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달은 듯 보였다. 갑자기 앞다리를 들고 뒷다리로만 깡총깡총 뛰면서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거짓말이 아니라 거의 10분 이상을 뛰어다니며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이건 정말이다! 독자여러분께서는 개가 두 발로만 걸어 다니면서 감사의 인사를 하는 광경을 한 번 상상해보기를 바란다.
다만 한 가지 부탁이 있다. 기특한 마음에 나도 같이 깡충깡충 뛰었다는 사실을 아래층에는 비밀로 해줬으면 한다.
홍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