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개인전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7월 한 달 … 클럽 줄루(동내면 춘천 순환로 108)

이수현 작가의 그림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초월한 눈빛으로 바다를 건너는 기린, 산 정상에 올라 놀란 표정을 짓는 원숭이, 매서운 눈으로 무언가를 응시하는 까마귀, 입술을 꽉 다문 의뭉스런 표정의 산양 등이다.   

그런데 모두가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작가는 동물의 이미지를 빌려서 인간 내면의 혼돈과 정체성,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어 당신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 

이수현 화가가 지난 10년 동안의 자신을 그린 <도대체 이 숨바꼭질은 언제 끝나는 건가요? 저...너무 지루해요> 앞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작품 제목이 문장인 것도 특이하다. 인간이 놓여있는 상황과 혼돈을 제목으로 삼아서 그림의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냥 까치발을 하고 건너면 안 될까요?>는 비극적인 한국의 근대사에서 타향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동포를 표현한 것이다. <아니 아니 난 절대 궁금하지 않아요>는 갑옷처럼 단단한 자아에 둘러싸여 소통을 두려워하는 현대인을 희화화했다.

미로 같은 숲속에 갇힌 얼룩말을 그린 <도대체 이 숨바꼭질은 언제 끝나는 건가요? 저...너무 지루해요>는 지난 10년간 육아에 전념하느라 대외활동을 하지 못했던 작가 자신의 모습이다. 

이 작가는 본래 거칠고 날것 그대로의 표현방식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했었다. 낙태를 주제로 한 작품들과 홍대 길거리 퍼포먼스 등이 대표적이다. 

결혼 이후 춘천에 자리 잡은 작가는 2010년 박수근 미술관 개관기념 신진작가 그룹전을 끝으로 긴 시간동안 육아에 집중했다.

“지난 10년간 대외적인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한 경력단절 화가이다. 아이를 돌보다 시간이 나면 집안에서 책을 읽고 사색을 하고 그림을 그렸다. 또 틈틈이 그림을 가르치고 재능봉사를 했다. 아쉽기도 하지만 나를 살찌우는 시간이었고 작품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인간과 사회를 한 걸음 물러서서 좀 더 넓고 깊게 보게 됐고 직설적이지 않게 에둘러 표현하는 여유도 생겼다. 그러면서 인간은, 세상은 왜 그럴까? 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됐다. 결국 아이가 나를 변화시켰다”

생애 첫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18점의 작품들에는 10년 동안의 고민과 성장이 담겨있다.

“나의 작업은 특정 인간에 대한 관찰로부터 시작된다. 역사적 또는 동시대 사건의 인물이나 일상에서 만나는 지인들 모두가 관찰대상이다. 잘난 척하는 지식인(원숭이), 모두를 실망시켰던 아주 유명한 정치인(펠리컨)과 추종자들(산양), 가족(낙타) 등 자연스레 동물이 연상된다. 결국 나의 그림은 사람이다.”

작가는 단순하고 직설적인 화풍과 실험적 퍼포먼스를 펼쳤던 시절에게 작별을 고하고 은유와 화려한 색채로 인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를 위해 독서예술모임과 학부모들이 주축이 된 시민사회활동도 시작했다고 한다.

“이제 다시 전업화가라고 말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첫 개인전, 그동안 준비해 온 나만의 이야기로 꽉 채우려고 노력했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라고 질문을 던지지만 반대로 관람객들이 이수현은 어떤 사람인가? 라고 묻고 확인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수줍게 웃으며 화가가 전한 작은 바람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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