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림고개 향수공방 ‘나의 향수’ 전현지 대표

이 시대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다. 학원가에는 공무원이 되거나 각종 자격증을 따려는 청년들이 가득하다. 이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한다. 다른 한편, 대학의 수많은 창업동아리에선 저마다의 꿈을 키워가는 청년들이 아이디어를 싹틔우기 위해 밤 깊도록 고민하고 있다.
육림고개에 자리한 작은 향수공방 ‘나의 향수’는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 전현지(27세·강원대 생명과학과 졸업예정)씨가 미래에 대한 고민과 방황을 겪은 뒤 문을 연 창업공간이다.
창업 3개월 차 초보사장 전현지 씨를 만나 창업이야기와 향수로 그려가는 꿈에 대해 들어보았다. 

육림고개에 위치한 향수공방 ‘나의 향수’간판에는 ‘가치가 있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meriter’ 가 적혀있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향기가 있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전현지 대표의 소신을 담았다.

향수가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청년들이 모두 그렇듯 진로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창작 예술 활동에 관심이 많았지만 좋아하는 것을 할 용기가 없어서 막연히 대학에 진학했죠. 그런데 그런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커져서 휴학을 결심했어요.

3년 동안 휴학을 하면서 플리마켓, 핸드메이드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그 과정 중에 향수를 접하게 됐어요. 처음엔 ‘향수’자체 보다는 무언가 만들고, 꾸미는 창작 활동의 수단으로 ‘향수’를 택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향수에 미래를 걸었습니다.

꿈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방황의 시간을 보낸 덕분에 지금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었어요. 

‘나의 향수’를 소개해주세요.

‘나의 향수’는 나만의 개성을 담아서 나만의 향수를 만드는 공방입니다. 또 이미 만들어진 향수를 판매하기도 하고요.  

나만의 향수를 만드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어서 ‘나의 향수’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향기가 있고 소중한 대우를 받을 만한 가치 있는 존재라는 숨은 뜻도 있습니다. 

‘나의 향수’에서는 여러 종류의 향수를 시향하고 구입할 수 있다. 

다른 창업 아이템도 많았을 텐데, 특별히 ‘향수’를 택하신 이유는 뭔가요?

룸메이트 친구를 통해서 처음 향수를 접하게 됐어요. 친구가 향수 관련 창업 동아리 ‘청춘다움’을 운영하고 있어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됐죠. 점점 호기심이 커졌고 동아리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드라이플라워, 캘리그라피, 니들펠트 같은 것도 했었는데 향수에 마음이 더 갔던 이유는 재능보다도 노력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다른 것들은 타고난 미적 감각이 있어야 최상의 결과가 나오지만 향수는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노력만 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거든요. 

동아리활동을 하면서 타고난 재능이 없어도 노력으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받았어요. 그리고 향수공방이라는 희소성도 매력적으로 다가 왔고요. 

또 다른 이유는 창업 동아리를 할 때 ‘향수’와 문화적인 활동들을 결합시켰었는데 그 부분도 큰 매력입니다. 향수는 인문학적인 활동과 감성을 결합시키기에 참 좋아요. 앞으로도 그런 활동을 계속하고 싶어요. ‘나의 향수’를 통해서 더 큰 꿈을 꾸고 있어요. 

창업의 꿈을 꾸는 청년들을 위해 창업동아리 경험을 들려주세요. 

강원대에서 창업 동아리를 지원해주는 ‘스타트업 큐브’ 프로그램에 ‘청춘다움’이라는 이름으로 참가했고, 춘천문화재단에서 아이디어를 지원해주는 ‘일당백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었어요.

행사기획안을 처음으로 써보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 각종 보고서 작성법 등을 익히면서 힘들었지만 많은 걸 배웠습니다. 

저희 동아리는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향수’라는 매개체에 녹여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플리마켓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향수를 구매하는 것을 넘어서 뜻 깊은 추억과 스토리를 얻어가길 바랬거든요. 그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또 팀원들과의 소통, 의견 조율도 많이 배웠습니다. 동아리의 시작은 향수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작지만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치자는 취지였는데 창업 동아리까지 이어지니 무게감이 달라졌어요. 창업은 돈을 버는 것이 우선이니까, 초기의 취지를 좋아하는 팀원과 향수의 상품화를 지향하는 팀원 간의 의견 조율이 어려웠어요. 저도 당시에는 좋아하는 일을 상업적으로 접근하는 게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결국엔 좋아서 하는 동아리 활동과 ‘창업’동아리 활동은 큰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됐죠. 경제관념도 반드시 필요하고요. 창업하려는 분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전 대표가 향수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창업에서 힘들었던 점은 뭔가요?

경험과 지식 없이 시작한 게 가장 어려웠어요. 아무리 창업동아리활동을 열심히 했어도 현실에서 사업을 하는 건 다른 거잖아요. 잘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는 거죠. 그리고 재료를 구입할 때도 많은 양을 한 번에 싸게 구입하는 게 맞는 건지도 헷갈리고. 돈을 효율적으로 쓰는 게 어려워요.

돈 벌려고 창업 했지만 셈법에는 약해서 눈에 좋으면 덜컥 구입하고 말아요. 어디 좀 더 싼  게 있을까. 궁리하고 찾아내는 능력이 부족한 거죠. 상업적인 능력이나 수익관리 등 아직도 배우고 익힐 게 많아요.  

또 어려움이 생길 때 주변에 자문을 구할 존재가 없어요. 그냥 스스로 하죠. 가끔은 향수를 배웠던 공방 선생님이나 창업동아리를 같이 하던 친구에게 의지하곤 했는데. 친구는 ‘나의 향수’ 창업 초기에 잠시 함께 일했지만 지금은 취업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이제는 완전히 저 혼자죠. 

특별히 ‘육림고개’에 터를 잡은 이유는요? 장단점이 있었을 텐데. 

휴학시절 여러 소모임에 참가했는데, 육림고개에서 열릴 때가 많았어요. 그중 한곳이 중앙시장에 위치한 ‘궁금한 이층집’이라는 카페 겸 복합문화 공간이었어요. 그곳 사장님과의 인연으로 ‘무한청춘 페스티벌’에 드라이플라워 플리마켓 셀러로 참가하게 됐는데, 그 때 좋은 기억을 갖게 됐죠.

향수가게 장소를 알아보다 육림고개에 자리가 난 것을 알게 됐고 좋은 기억이 자연스레 이곳에 터를 잡도록 이끌었습니다. 

육림고개의 장점은 이미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고, 청년창업자들에게 1년 동안 자릿세를 지원해줘서 부담이 적다는 점이에요. 단점은 아무래도 시에서 자리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에 책임감이 크다는 겁니다. 오픈이나 마감, 휴가 등 주인이라고 맘대로 하기 보다는 좀 더 책임감 있게 해야 해서 가끔 부담이 되곤 합니다. 

‘나의 향수’에서 손님들이 나만의 향수를 만들고 있다.
‘나의 향수’에서 손님들이 나만의 향수를 만들고 있다.

현실적인 이야기인데, 수익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수익은 사회 초년생들이 버는 딱 그 정도입니다. 200만 원에서 300만 원 사이. 그런데 재료비 지출이 있어서 몇 십 만원씩 빠지게 되요. 지출을 줄이는 등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3개월 밖에 안 돼서 많이 부족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노하우가 생기겠죠.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아서 불안한 것도 사실이에요. 흔히 ‘개업 빨 3개월’이라고 하는데 지금 딱 3개월이니까 앞으로 더 두고 봐야죠. 재방문 손님이 늘고 입소문도 나야하고 산적한 숙제가 많네요.

 ‘나의 향수’를 통해 하고 싶은 계획을 들려주세요. 

너무 상업적인 것에 끌려 다니지 않고 싶어요. 처음 계획처럼 ‘나의 향수’를 통해서 좀 더 의미 있고 뜻 깊은 기회들을 많이 만들어 가려고 해요. 향수마다 특색 있는 스토리를 만들고 싶고. 그런 스토리를 모아서 독립잡지 같은 컨텐츠를 제작했으면 해요. 시향회를 열고 ‘이 달의 향’과 같은 ‘나의 향수’만의 특별한 행사들도 펼쳐 가고 싶고요.

박민정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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