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민선 자치단체장과 마찬가지로 춘천시도 이제 민선 7기의 2주년을 넘겼다. 지난 1일 이재수 시장은 재임 2주년을 맞아 지난 2년의 시정을 평가하고 향후 2년의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과거 군부통치 하의 권위주의 정권시대나 이 시장 이전의 춘천시장들이 보여 온 소통방식을 생각해보면 이 시장의 이번 취임 2주년 행사는 그 자체로 신선하다 평가할 수 있다. 실제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묻고 대답하는 대화가 존재했고 연구결과가 발표되는 등 형식적인 면에서는 민주주의 가치를 향해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건 내용인데 지난 2년 동안 이 시장 체제에서 진행된 춘천시정은 그 형식만큼이나 민주주의 가치를 충실히 담아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시장은 이날 행사의 다양한 순서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이야기했고 다소 미진한 부분은 더 노력할 터이니 지켜봐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렇다면 이 시장의 시정 상대인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춘천사람들》이 그간 취재현장을 다니면서 접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크게 두 가지 내용으로 요약된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실천은 엉뚱하다.”

춘천시민들을 주인으로 모시고자 ‘시민이 주인인 도시’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는 데 그 방향을 비판하거나 시비를 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시장의 시정 방향이나 철학을 두고 시비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시민주권담당관실을 신설하고 마을 자치를 지원하기 위한 ‘마을자치지원센터’를 재단법인으로 설립하는 등의 가시적인 정책과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만큼 그 진정성에 대해서도 의심을 하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몇 가지 소소한 제도나 조직 정비 수준이 아니라 시정부의 문화나 행정 철학을 관 중심에서 민 중심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일인 만큼 실천이 더딘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더디다’가 아니라 ‘엉뚱하다’는 평가를 하는 것은 실천과 방향이 서로 다르거나 부조화를 이루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부분적으로 오해가 있다고 했다지만 관용차 호화 안마기 의자 장착이라든가 세계불꽃축제 수용이라든가 하는 내용은 시민을 주인으로 모시는 일과는 다른 방향의 결과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사소하다. 본질적인 문제는 행정이나 공직사회의 체질이다. 대한민국 수립 후 춘천시청의 정치·행정사에서 시민을 주인으로 받들고자 하는 민주주의 시정철학이 구호로나마 통용된 적이 없기 때문에 존재하고 있는 병폐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많은 일을 벌이기보다 핵심 고리에 해당하는 주요 사업에 방점을 두고 면밀히 시정을 챙기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선 시장이기 때문에 4년 후에 내놓을 성과의 가지 수를 늘리고 싶겠지만 그래서는 아무 것도 아닌 성과만 내놓을 수 있다. 1억 그루 나무심기 사업이 전시행정의 사례가 될 공산이 크다. 한쪽에서는 좁은 인도에 나무를 심어 시민들을 오히려 불편하게 한다는 비난이 들려오는가 하면 개발과 임목생산 등으로 사라지는 나무 수가 ‘1억 그루’ 사업에서 심는 나무 수를 앞선다는 비웃음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모순된 상황에서 시장의 지시를 이행해야 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공무원들을 믿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성과는 엉뚱하기보다 더딘 것이 낫다. 시정 방향에 모순되거나 불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 시민의 정부가 되려고 한다면 시정 방향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공직사회가 함께 공유하는 일에 앞으로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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