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대 (‘교육과나눔’ 이사장)

대한민국 결핍의 역사는 너무나 길어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고민스러울 정도이다. 봉건시대였던 조선의 역사에서 피지배층의 결핍은 너무나 명약관화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체감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넘어가기로 하자. 일제 강점기의 경우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으므로 이 부분도 넘어가고, 해방 직후 경제 지수에 나타난 결핍의 역사를 요약하는 것으로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해방 2년 후인 1947년 대한민국의 경제 사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47년 3월 남한의 사업장은 1943년에 비해 55.3%, 노동자 수는 47.5%로 하락한다. 실질임금은 1937년을 100으로 볼 때 1947년 12월에는 29.3으로 하락하다. 반면 도매 물가는 1936년을 100으로 볼 때 1946년 7월 1만2천806에 달했다. 돈 벌 곳은 줄어들었는데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른 것이다. 당연히 노동자계급을 비롯한 민중들의 삶은 피폐해져 갔다. 이러한 피폐함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일어났던 전평(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의 1946년 9월 총파업은 경찰과 우익세력에 의해 무참히 진압되었다. 

이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68년에서 72년까지 평균 12.8%, 73년부터 77년까지 15.3%, 78년부터 82년까지 17.8%, 83년부터 87년까지 2.8%, 88년부터 92년까지 7.4%, 93년부터 97년까지 5.0%를 나타낸다. 그 이후에는 3%대의 안정적인 경향을 보인다(통계청 자료). 소비자물가가 68년부터 82년까지 급격하게 상승하던 시기 한국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어떤 변화를 보였을까?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의 “한국의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 추이-생산성에 못 미치는 임금인상, 임금 없는 성장(2019)” 논문을 보면 대한민국의 실질 노동생산성에 비해 실질임금이 높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2017년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2016년 전 세계 주요국 불평등지수’에 따르면 대한민국 2016년 불평등 지수는 8.28이었다. 대한민국과 가장 가까운 불평등지수를 나타낸 국가는 일본으로서 6.01을 나타냈고, 미국의 경우 4.10으로 가장 낮은 지수를 보였다. 불평등지수는 국민순소득과 순자산의 격차를 나타내는데, 2016년 8.28의 불평등지수는 국민순소득의 8.28배가 순자산이라는 뜻으로 소득상위를 차지하는 소수가 고가의 자산을 많이 점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순자산점유율을 보면 2015년 상위 20%의 순자산점유율은 40.90%, 하위 20%의 순자산점유율은 11.2%이다. 

해방직후 나타났던 도매물가의 폭등은 식민지에서 독립국가로 나아가는 혼란기였다는 점과 미군정의 실정이 결합돼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군정의 실정이 없었다 할지라도 단기적으로 혼란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후 나타난 높은 소비자물가상승률, 그리고 실질노동생산성 대비 낮은 실질임금은 전 세계 주요국 불평등지수에서 대한민국이 일등을 차지한 원인일 것이며,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간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커지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어섰다는 통계는 ‘평균’의 함정을 품고 있다. 만약 이 통계대로라면 4인 가구의 연소득은 우리 화폐로 1억 5천만 원 정도는 돼야 한다. 4인 가구의 소득이 이 정도 되는 가정이 대한민국에 몇%나 될까? 부동산이나 동산 등 자산으로 벌어들이는 수입과 높은 임금까지 받는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의 삶은 황폐화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그 격차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커져가는 빈부격차를 완화하고 안전망 구축을 위해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과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러한 노력은 사회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목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외에 개개인의 입장에서도 빈부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가장 필요한 일은 사회적경제 기업의 설립 및 운영이라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 지면에서는 대한민국 사회적경제의 역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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