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견을 입양하려면 서약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 서약서의 내용 중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입양한 반려견을 반드시 중성화 시킬 것’이라는 항목이었다. 서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의문이 생겼다. ‘과연 춘삼이도 중성화 수술을 원할까?’ 바로 책을 펴고 중성화 수술에 대한 항목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중성화 수술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이유가 소개돼 있었다. 이를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반려견의 건강과 스트레스, 보호자의 편의를 위해 출산의 계획이 없다면 중성화 수술을 진행할 것!” 곧바로 용하다는 동네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어 수술 날짜를 잡았다. 이틀 뒤인 6월 13일이었고, 아침식사를 거르고 오라고 당부했다.

중성화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춘삼이. 어쩐지 풀이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술 당일이 되자 괜스레 긴장되기 시작됐다. 아무 것도 모르는 춘삼이는 아침부터 밥 달라고 온갖 아양을 떨며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 바보 같은 녀석아, 몇 시간 뒤이면 넌 제3의 존재가 될 거야. 파리넬리가 되고 말 거라고!’ 춘삼이가 유달리 좋아하는 닭고기로 만든 간식 하나를 입에 물려주고 병원으로 행했다.

병원에 도착해 피를 뽑아 각종 검사를 실시한 뒤 수의사는 친절히 수술과정을 설명했다. 아무 걱정 말고 저녁에 찾으러 오면 된다고 덧붙였다. 병원 문을 닫는 순간 춘삼이의 “깨갱”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들은 것 같다. 아니, 들렸을 것이다. 그렇게 심란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S#1 (6시간 뒤, ○○동물병원)

작달막한 사내가 병원 문을 열고 들어온다. 얼굴이 상기돼 있다.

사내 : 선생님, 춘삼이는 어떻게 됐나요? 수술은 잘 됐나요?

수의사 : 이야, 성격 대단한 개입디다. 금방 마취 풀리고 일어나서 저렇게 계속 짖고 있어요.

(정말로 병원 안쪽에서 ‘컹컹’하는 소리가 들린다.)

수의사 : 여기 사진 보시면요. 이렇게… 고환을… 보이시죠? 여기를 잘라냈어요. 이쪽도 이렇게… 만져보시면 알겠지만 이제 껍데기만 남아 있는 거죠. 다음 사진 보시면…

사내는 뭔가 괴상한 기분을 느낀다. 수의사의 설명을 들으며 마치 자신이 수술을 받은 듯한 착각이 들었던 것이다. 찌르르르 하반신을 타고 느껴지는 거짓 감각 속에서 사내는 자신이 춘삼이를 무척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수컷만이 느낄 수 있는 알 수 없는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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