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춘천시·국방부·환경부 국회 중재안에 합의
합의주체와 허영 의원이 추천한 전문가들이 재검증
비용은 국방부가 마련한 뒤 검증 결과에 따라 정산

춘천 캠프페이지 토양오염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갑)은 지난 7일 캠프페이지 토양오염 원인 규명과 온전한 정화를 위한 국회 중재안에 지역시민단체와 춘천시, 국방부와 환경부가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민간검증단(이하 검증단)’을 구성해 재검증하는 것이 중재안의 핵심이다.

캠프페이지 사태는 과거 ‘관’ 주도로 이루어졌던 오염 조사와 정화 작업이 부실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다. 춘천 시민사회는 최초 오염조사를 실시했던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정화작업을 벌였던 국방부와 한국농어촌공사의 책임을 추궁하며 배상 책임을 물었지만, 해당 기관들은 재검증을 통한 원인규명이 먼저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이에 따라 해당 기관들에 대한 춘천 시민사회의 불신이 고조되면서 대화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상태가 지속돼 왔다. 

중재안에 따라 민간검증단이 구성·운영될 경우, 그동안 누적돼 온 ‘관’에 대한 불신을 일정부분 해소하며 캠프페이지 토양오염의 원인 및 책임 규명과 해결방안 마련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캠프페이지 토양오염 정화 재검증에 민간검증단이 참여할 예정이다. 사진은 문화재 발굴조사를 위해 파낸 웅덩이의 고인 물에 기름이 떠있는 모습

◇중재안 핵심 내용 

현행법에는 정화가 완료된 이후 해당 토양에서 잔여오염물이 다시 확인돼 재조사가 필요한 경우, 정부가 위촉한 ‘토양정화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의 자문을 거쳐, 당초 국가로부터 관련 업무를 위탁받은 전문기관이 재검증 과정에 다시 참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자문위, 전문기관 등 관의 검증만 있을 뿐 민간이 검증할 수 있는 통로가 없었다.

이에, 합의문에는 국방부와 춘천시, 캠프페이지토양오염배상요구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가 조속한 시일 내에 검증단 구성 및 운영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이를 위한 실무협의회를 구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증단 구성·운영 

검증단의 위원은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서, 환경부·국방부·춘천시·범대위가 각각 2인씩 추천한 8인과 지역구 국회의원이 추천한 1인 등 총 9인으로 구성하며, 단장은 이해당사자인 국방부와 춘천시가 추천한 위원을 제외한 위원 중에서 호선하도록 했다. 또 캠프페이지 최초 조사나 정화 등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은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검증단의 재검증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국방부가 우선 마련하고, 추후 검증단의 규명 결과에 따라 정화책임자 간에 정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단, 검증단의 운영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춘천시가 부담하기로 했다. 특히 재검증 완료 시, 회의록 등이 담긴 백서와 최종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환경부와 춘천시에 제출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춘천시가 이를 공개함으로써 현행법에 따른 정화 조치 명령 등 최종 판단에 참고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밖에 검증단의 활동 기간은 발족 후 6개월로 하며, 관계기관의 협의를 통해 1회에 한해 3개월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현행법에서 정한 자문위의 자문과 검증단이 철저한 재검증을 병행하는 것이 오염 원인을 규명하는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춘천시는 조만간 환경부에 자문위 개최를 공식 요청하기로 했다.

◇춘천시와 허영 의원 입장 

춘천시는 자문위의 자문 결과와 검증단의 재검증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국방부와 협의하여 관련법에 따라 온전한 정화를 위한 제반 조치를 적극 취하기로 했다.

재검증 과정에서 환경부와 국방부는 검증단 활동에 필요한 자료 제공 등을 위해 협조하며, 허영의원실은 검증단의 철저한 재검증을 위한 입법 및 제도 개선을 비롯해 범대위의 모니터링 활동을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허 의원은 “최초 오염과 조사, 정화에 대한 책임이 국가에 있으니, 당사자가 아닌 민간의 전문가들을 통해 그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서, 더는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시민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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