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6월 1일자(제225호)에 ‘안사람 의병가’라는 아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리랑은 워낙 종류가 많기에 노랫말은 더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 중 강원도 특히 춘천과 관련된 아리랑을 꼽으라면 단연 ‘의병아리랑’이다. 지난번 ‘안사람 의병가’가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노래였다면 이 ‘의병아리랑’은 실제로 전투에 참가했던 백성들의 마음이 서린 노래다.

춘천의병전도(신대엽 작, 2019). 이 작품은 구한말 춘천지역에서 일어난 의병항쟁을 그림으로 재현한 것이다. 1896년, 1907년 2차에 걸쳐 일어난 사건 중에서 4개의 장면을 선정해, 한 공간에 배치하였다. 이중 석파령을 넘어 서울로 진격하는 장면은 그림 제일 왼쪽에 위치.

아래 노랫말에는 봉의산, 신연강, 싸리재, 삼악산 등 춘천과 관련한 지명이 여럿 보인다. 아라리는 지역색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이 가운데 ‘신연강’은 화천쪽에서 흘러오는 북한강(모진강)과 양구쪽에서 흘러오는 소양강이 합쳐진 곳에 붙여진 이름이다. 신연강은 지금은 사라진 강이다. 의암댐이 생기면서 강이 사라지고 호수가 됐기 때문이다. 신연강에는 예전에 신연나루가 있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신연교가 부설되었다. 신연나루와 신연교가 유명한 것은 춘천에서 육로를 이용해 서울로 가는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1896년 양력 2월 1일, 춘천에서 봉기한 의병들도 이 신연나루를 건넜다. 춘천읍에서 가평군 경계까지 일렬을 지은 것이 약 50리의 장사진을 쳤다는 차상찬의 기록도 있다. 이소응을 필두로 한 의병부대는 신연나루를 건너고 삼악산 석파령을 넘어 가평으로 의기양양하게 진출했다. 그러나 가평 벌업산 전투에서 관군에게 패하고 의병 대부분이 전사한다. 

위 가사에서 흥미로운 것은 ‘벌업산 대전에 승전을 했네’라고 실제 사실과는 다르게 노래했다는 점이다. 노래의 의미와 가치는 여기에 있다. 우리의 염원을 담아 부를 수 있다. 벌업산 전투에서의 패배는 의병에게는 피맺힌 한이자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 상처이다. 그렇기에 노랫말에서라도 그 전투에서 이기고자 하는 염원을, 정신승리를 엿볼 수 있다. 노래의 기능은 소통이지만 위로 역시 중요하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렇게 소리를 통해 우리의 아픈 현실을 이겨내고자 했던 것이다.

춘천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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