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길을 걷느라 지금 춘천은 여러 가지 혼돈 속에 있다. 그간 구호로는 민주주의를 외쳤지만 정작 시민이 주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지 않았다. 어느 시장 때인가는 시청에서 집회를 하는 시민을 완력으로 밀어내려고도 했다. 시위란 정상적인 통로로 의사가 전달되지 못할 때 일어나는 법이다. 말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한 시장이었다면 시위를 몰아내려고 하기 보다 왜 시위를 하게 됐는지를 먼저 물었을 것이다. 자신의 구호와 달리 누가(무엇이) 왜 의사소통을 방해했는지를 따지고 이 문제부터 해결하려 들었을 것이다.

‘시민이 주인’이라는 시정 구호를 내걸고 있는 지금의 이재수 시장 체제에서는 다행히 시위하는 사람을 귀찮아하거나 이들을 몰아내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위원회를 만들거나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만들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춘천시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이고 나아가 전 세계가 지향해야 할 가치이므로 이를 지향하는 춘천시 현 집행부의 노력은 격려할만하다. 

과제가 없지는 않다. 선출직이나 임명직 공무원들이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 일에 과연 얼마만한 실효성이 있는지, 누구를 위한 실효성인지 고민해봐야 할 장면들이 적잖게 보여서다. 

가장 먼저 검토해봐야 할 부문은 민간이 참여하는 다양한 위원회다. 위원 위촉만 해놓고 제대로 회의 한번 하지 않는 위원회도 적지 않지만 더 많은 경우 이미 답을 정해놓고 형식 요건만 충족하기 위해 회의를 한다. 시나 도 심지어 국가 단위 위원회에 참여해본 이른바 전문가들은 종종 이런 허무한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한다.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완벽한 논의 구조를 갖췄다고 하더라도 한국사회 최대의 병폐인 정파성과 같은 몰합리성이 작동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국회와 마찬가지로 최근 춘천시의회 원구성이 그런 사례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민주당에서는 5:1로 배분하자고 했고 통합당에서는 4:2로 나누자고 했다. 원만한 합의에 도달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통합당이 국회에서 한 행태와 같이 전면 거부를 한 결과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싹쓸이 하게 됐다. 혹자는 한 당의 독점체제가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권한을 가진 만큼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책임 정치를 구현하는 방안이란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다. 의회 구성원들이 사욕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자리를 탐했다는 사실이다. 춘천시민연대는 지난 7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원구성을 “정당간 힘겨루기로 변질된” 내용으로 평가했다. 아니라면 민주당 의원들은 행동으로 이를 부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치를 잘 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시민을 위해서 해야 하겠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민과 함께 하면 된다. 시민을 위해서 한답시고 공무원들이나 이 주변에 들러리로 등장하는 전문가들이 모든 일을 해치우면 딱 캠프페이지 토양 오염과 같은 일이 발생한다. 민간이 함께 하자고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한 결과 캠프페이지 터의 토양 오염 정화사업은 쓸 수 없는 땅을 춘천시민에게 돌려주었다. 과거의 시간과 돈의 허비도 아까운 일이지만 시민공원을 마련하고 녹지축 바람길을 내 춘천시민을 행복하게 하려한 춘천시의 계획도 멈춰 서 안타깝다. 시민과 함께 하는 ‘사람을 살리는 길’이 정치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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