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환(춘천시 농업인 단체협의회 회장)

‘전 국민 고용보험’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실직이 늘어나고 자영업자의 폐업과 불투명한 영업이 이어지면서 인간으로서 최소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가 재난 속에서 다양한 정책이 논의 되고 있고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국민의 한사람으로 기분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농민도 전국민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자문을 해본다. 

농민들의 삶의 지표를 보면 소득은 도시민의 60여%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에서 보듯 절대적으로 궁핍하다. 2018년 기준으로 농가평균소득은 4천여만 원이 넘었다. 그러나 농업을 통한 농업소득은 1천2백만 원뿐이다. 나머지 수입은 농업 외 소득으로 겸업·이전소득 1천7백만 원(임업이나 상업 등과의 겸업 소득, 용돈, 직불제 등 이전소득 포함), 노임이나 임대료 등 사업 이외 소득 1천1백만 원이다. 2인 가족이 벌어들인 소득은 생활임금은커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데 이 금액으로 농민은 생활하고 있다. 전업은 고사하고 2종 3종 직업을 가져야만 최소한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농민들의 현실이다. 은퇴 후 삶에 대한 설계는 남의 이야기다. 농업인구의 7할이 1천만 원 소득밖에 되지 않는 현실이 더욱 농업을 암울하게하고 있다.

1년 365일 노동으로 살아가지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농민들은 얼마나 될까? 농민들의 노동의 대가가 년 1천만 원 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서 연일 언론을 통해 접하는 전국민고용보험, 최저임금 논의 관련 기사를 보고 있는 농민들은 자신의 직업인 농업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일할 사람이 없어 농업은 축소되고 농민은 고령화 돼 생산을 포기하고 있다’는 현실이 대신해주고 있다.

농민들의 노동의 대가는 수확한 농산물의 가격으로 결정된다. 전에는 열을 생산하면 일곱이 농민들의 주머니에 들어 왔지만 지금은 셋밖에 농민에게 들어오지 않고 있다. 농업생산의 7할이 경영비로 나간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농민들의 가난은 구조적인 문제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지고 간다는 말을 실감 나게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농민들은 요즘 농촌에 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땅을 경작하고 더 많은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노동해야한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간 40시간 노동은 언감생심이다. 전에는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었지만 이제는 비 오는 날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한다. 일 년을 쉬지 않고  농사를  짓기 위해 온실 하우스를 짓고 더 많은 가축을 키우기 위해 더 큰 축사를 지어야한다. 

이 과정에서 많지 않은 땅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과정에서 임대료는 오르고 축사를 짓는 과정에서 이웃과 송사가 벌어지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 전에는 한마을 구성원 중 거의 대부분이 농사를 지으며 살아갔기 때문에 웬만한 일은 자기 일처럼 여겨 이해를 하면서 지냈지만 지금은 농민이 소수이다 보니 갈등이나 다툼이 종종 일어난다. 규제는 늘어나고 소득은 줄어드니 농업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농업은 생명산업이라고 한다. 농업은 국민의 곡간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연과 함께 숨 쉬고 가꾸고 그곳에서 삶의 양식을 얻기 때문이다. 문제는 생명산업을 가꾸는 농민들이 반생명적이라는 것이다. 노동의 대가가 제대로 농산물가격에 매겨지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로부터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한다. 농민최저소득보장제도, 농민산재, 유급휴무, 은퇴 후 노년을 보낼 수 있는 퇴직금 등 농민도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를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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