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공법으로는 유적지 파괴 불가피, 문화재위 ‘불허’ 방침 밝혀
임대수익도 애초 발표보다 대폭 축소, ‘밀실협약’ 논란 새 불씨로

춘천 레고랜드 건설 공정률이 12%를 넘어선 가운데 건축공법과 투자금액 대비 수익성을 둘러싼 쟁점들이 속속 불거지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17일 레고랜드 테마파크 호텔의 파일 공법과 매트 공법 시공을 모두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레고랜드 부지 내 고층 건물 건설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7일 문화재청은 문화재 훼손 가능성을 이유로 중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공법 변경에 대해 최종 불허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중도 유적지에서 발굴된 토기류.

공법 변경, 무엇이 문제인가

2016년 강원도가 문화재위원회에 제출했던 자료에는 ‘허니 셀 공법’으로 레고랜드 건물을 시공하겠다고 명시돼 있었다. 허니 셀 공법은 미처 발굴하지 못한 유구(遺構) 위에 벌집 모양의 구조물을 깔아 기초를 다지는 공법이다. 땅을 깊이 파지 않기 때문에 아직 발굴이 끝나지 않은 유적을 보존할 수 있다. 그러나 도정부는 최근 안전을 이유로 공사 방식을 변경했다. 도정부가 테마파크 호텔은 파일 공법으로, 전망타워는 매트 공법으로 시공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도정부는 애초 ‘매트 공법’으로 테마파크 호텔을 짓겠다고 발표했었다. 이 공법은 연약지반이거나 이질지반일 경우, 기초를 최대한 확대하는 방식이다. 도정부가 새로 채택한 파일 공법은 매트 공법을 이용해도 지반내력이 부족할 경우, 경암층까지 파일을 박아 지내력을 확보하거나 파일의 마찰력을 이용해 지내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도정부는 공법 변경을 통해 기존 공법으로는 레고랜드 부지에 고층 건물을 세우기 어렵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문제는 파일 공법을 강행할 경우 발굴 되지 않은 청동기 문화층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문화재위원회는 강원도가 제출한 호텔 기초공사 공법 변경 안에 대해 부결 결정을 내렸다. 결국 6층으로 계획했던 레고랜드 테마파크 호텔을 비롯한 고층 건물은 건설이 불가능해졌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동철 춘천시민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애초부터 허가를 목적으로 되지도 않을 공법을 제출한 속임수였다”며 “레고랜드 측은 규모 축소 등 여러 방법을 궁리하겠지만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임대수익 비율도 애초 발표 1/10 수준  

도정부가 멀린사와 합의한 임대수익 비율이 애초 알려졌던 30%가 아니라, 0.24%~3%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로운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에는 강원도가 레고랜드에 800억 원을 투자해 30.8%의 지분을 소유하지만 협약에 따라 대략 8%의 수익을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연간 약 16억 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책정돼 강원도의회에서 공식적으로 통과됐다. 

하지만 최근 도 내 한 언론사가 ‘도정부가 레고랜드와 밀실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 문제는 2018년 멀린사가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총괄개발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총괄개발협약에 대한 변경동의안이 의회에 상정됐을 당시, 강원도의회는 관계부서에 원본을 요청했지만, 도정부는 “기업 간의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일반에게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변했었다. 실제로 총괄개발협약에는 ‘임대수익률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까지 레고랜드 테마파크에 투자된 강원도비는 채무보증서 2천145억 원을 포함해 5천355억 원에 달한다. 

시민사회단체 “사업 즉각 중단하라”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중도문화연대, 정의당 강원도당 등 각종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강원도가 레고랜드 임대수익을 0.24%로 낮추기로 밀실에서 합의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민단체 측은 “레고랜드 임대수익을 0.24%로 낮추는 결정을 밀실에서 합의 한 것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이런 합의안에 대해 도의회에는 알리지도 않아 권한 남용의 의혹도 커지고 있다”면서 “밀실 노예계약을 포함한 모든 사태의 책임은 최문순 지사에게 있다. 남은 임기 2년간 강원도를 통째로 외국인에게 바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될 정도이다. 더 이상 감출 것도 없이 바닥을 드러낸 레고랜드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문화재 보존을 통한 새로운 방향전환에 나서야 한다”며 최 지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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