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피렌체 비엔날레 최고상 임우진 건축가 강연
‘건축가가 상상한 미래 도시’…국립춘천박물관 문화대학
제15기 전반기 일정 마무리, 9월17일 부터 후반기 강연

“건축가들이 생각하는 미래도시는 과거의 건축가들이 상상했던 ‘현재’이다. 유토피아냐 디스토피아냐 그것은 우리 마음먹기에 달렸다.” 건축가 임우진은 인간이 살아갈 미래도시를 이렇게 예측했다.

임 건축가는 지난 16일 국립춘천박물관에서 ‘건축가가 상상한 미래의 도시상-유토피아’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이로써 국립춘천박물관(관장 김상태)이 주최한 제15기 박물관 문화대학의 전반기 일정이 마무리 됐다. 

임우진 건축가가 토마스모어의 《유토피아》를 묘사한 옛 삽화와 《피터팬》에 등장하는 네버랜드의 유사성을 설명하고 있다.

임우진 건축가(AEV Architectures대표)는 파리 마른라발레 건축대학을 졸업한 후 프랑스와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강원도 고성에 지은 개인 주택 ‘인화이트’로 2019년 제12회 이탈리아 피렌체 국제현대미술비엔날레에서 한국인 최초로 건축도시 부문 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에서는 이화여대 ECC 프로젝트로 널리 알려졌다. 이번 강연을 위해 가족과 함께 귀국해서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춘천을 방문했다.

강연에서 임 건축가는 건축의 역사를 통해 건축가가 어떻게 이상적인 도시를 만들어 왔는지 소개하고 인류가 살아갈 미래도시는 어떤 모습일지 실마리를 제공했다.

중세인들은 기능적으로 완벽한 도시를 꿈꿨다. 이탈리아 시에나가 대표적이다. 권력의 중심인 교회와 시청이 자리한 광장을 중심으로 도시의 모든 기능이 잘 돌아가도록 설계됐다. 

르네상스인들은 인간 중심의 이상적인 도시를 창조했다. 다빈치의 ‘인체비례도’(‘비트루비우스적 인간’)가 영감의 원천이다. 질서 속에서 합리적인 도시를 추구했다. 필라레트의 ‘스포르진다’ 등 정팔각형을 도시의 이상적 형태로 제시했다. 이는 현대건축에도 큰 영향을 주어 미국의 펜타곤, 한국의 계룡대 같은 완벽한 보안과 방어의 상징이 됐다.

바로크시대는 건축사에 있어서 아이러니한 시대이다. 시민혁명의 열기는 사라지고 절대군주가 시민을 완벽히 통제감시 할 수 있게 설계된 도시가 이상적 공간으로 등장했다. 

루이14세의 베르사유 궁전이 대표적이다. 왕궁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펼쳐진 도시는 절대군주가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할 수 있는 구조이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와 프랑스 파리가 바로 그렇다. 자유민주주의와 시민혁명을 상징하는 곳이 사실은 중앙집권적인 ‘왕’과 ‘권력’을 위해 설계됐다는 아이러니가 쓴 웃음을 짓게 한다.

건축가들의 몽상가적 상상력은 근대에 들어서 꽃 피기 시작한다. 그 상상력은 결핍에서 비롯됐다.

쾌적함과 거리가 먼 방사형 도시의 대안으로 르꼬르뷔지에가 제안한 ‘파리 도심 재개발안’은 몽상가의 헛소리로 치부됐지만, 오늘날 한국의 아파트 단지와 거의 유사하다.

또 도시계획가 오스만에 의해 완성된 파리의 도시계획 사업 중 내·외부 순환도로 사이의 대규모 녹지공간은 오늘날 대도시들에서 볼 수 있는 도심주변 녹지벨트의 시초라 할 수 있다.

20세기 건축가들은 더 파격적인 상상을 했다.

전후 도시재건의 필요성과 한정된 자원 안에서 기능을 최대화하고 자연친화적인 요소를 극대화 시켰다.

소유권이 없는 공중에 도시를 짓자는 요나 프리드만의 ‘공중도시’와 영국의 실험적인 건축가집단 아키그램의 ‘플러그인 시티’, ‘움직이는 도시’, ‘인스턴트 도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생각은  현대에 와서 파리의 퐁피두센터, 이동식 주택 등으로 현실화됐다. 그 외에도 거대한 특수유리 속에 건설된 ‘온실도시’, 잔디와 이끼가 건물을 뒤덮은 자연친화적 ‘녹색 도시’, 바다위에 떠서 돌아다니는 ‘해상도시’ 등이 현대 건축가들이 제시하는 흥미로운 미래도시로 소개됐다.

질문의 시간도 가졌다. “건축가들이 제시하는 미래도시는 부자이거나 부자에 가까운 사람들만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건축의 미래에 빈부격차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질문에 대해 임 건축가는 “아쉽게도 그 문제는 건축가들의 고민에서 빠져있다. 도시는 권력과 자본이 만든다. 그나마 다행인건 한국은 공동체와 시민의 영향력이 강하다. 건축과 도시의 미래에 대한 감시와 각성을 끊임없이 요구할 수밖에 없다.”

“최근 부동산문제 해법의 하나로 그린벨트 해제가 떠오르고 있다. 그게 옳은 방향이냐?” 질문에 대한 답으로 “그린벨트 해제 찬반 이전에 인간이 함께 사는 큰 틀로서 도시기능이 잘 유지되는 방향이 무엇이냐가 우선이다. 서울은 도시의 모습을 갖춘 후 현재까지 그 크기가 20배 이상 확장됐다. 출퇴근 시간이 4시간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 그건 도시가 아니다. 바로 그 부분을 고민해야한다”라고 말했다.

건축가들은 공간적 측면에서 유토피아를 꿈꾼다. 때문에 기능적 요소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

결국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어떤 미래를 바라느냐에 따라 도시의 미래는 유토피아가 될 수 있고 디스토피아가 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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