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미
(금병초 영양교사)

코로나19의 여파로 때가 한참 지나도 학교 문은 굳게 닫혔고 올해 3월 결국 아이들은 학교에 오지 못했다.

학교의 등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생들의 교육격차와 함께 화두로 떠오르는 것이 급식이었다. 언론들은 개학 연기로 인해 급식이 운영되지 않음으로써 판로가 막힌 농산물과 이에 시름하는 농가에 대한 우려를 연일 쏟아내면서도 학교급식과 무료급식 시설의 운영 중단으로 인해 사회안전망이 흔들렸고 이로 인해 배곯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은 뒷전이었다.

춘천시는 뒤늦게나마 학생들의 각 가정에 농산물꾸러미를 제공했다. 나는 이 꾸러미를 ‘7번방의 선물’이라고 불렀다. 감염병 유행으로 자의건 타의건 간에 물리적으로 고립된 것이 마치 수감생활을 하는 그들과 뭐가 다르겠는가? 이런 상황에 지역산 먹거리가 종합선물세트처럼 집으로 왔을 때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왜 더 빨리 이런 선물을 안겨주지 못했나 하는 부끄러움도 들면서 그나마 지자체 먹거리센터의 공익적 순기능에 대해 다시 한번 각인하기도 했다. 2017년부터 춘천시 먹거리센터 설립은 운영형태를 두고 갑론을박이 팽팽했고 결국 지난한 진통을 겪다가 2019년에야 직영형식의 (재)춘천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설립되었다. 이 일을 겪으면서 왜 그렇게 시민단체에서 투쟁하듯 ‘직영’을 외쳤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센터의 설립목적은 지역 내 건강한 먹거리 생산의 안정화와 고령화되는 농촌사회의 농업형태 변화에 맞춰 다작의 소규모 농가를 늘려가는 것인데 이것은 텃밭의 형태와도 유사하다. 

쿠바가 미국의 가혹한 경제제재에도 버틸 수 있는 근간은 집집마다 있는 텃밭 ‘올가노포니코(organoponico)’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유수의 식량수출국들이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을 들여다보면 일리 있는 이야기다. 

돈만 있으면 손쉽게 선택하고 사서 먹던 음식이 돈이 있어도 제한적으로 구입할 수밖에 없게 됐고 식량주권이 위협받고 있다. 사정이 이러면 센터의 기능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센터의 주요사업이 학교급식이다 보니 본래 기능에 한정해 바라보았지만 이번 코로나사태를 겪으며 그 핵심역할을 재조명해 보게 된다. 센터의 기능이 언제까지 식재료 납품수준에 머물 수는 없지 않은가? 텃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센터는 춘천시민들이 앞으로 어떤 먹거리를 식탁에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혜안과 장기적인 실천을 통해 식량주권 지킴이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은 재난이 주기적이 아니라서 그런지 체계화된 재난급식이 없다. 그냥 닥치면 협동과 연대로 쓰러졌다 기어코 일어나는 것이 해결방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생존을 위해 바이러스보다 한 수 더 앞을 봐야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안에만 머무는 동안 ‘식(食)’이 다시 삶의 중심에 서기 시작했다. 그 동안 잊고 살았던 먹거리의 중요성을 되짚어보고 두 번 다시 그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 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 무엇을 뚝심 있게 지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결의가 필요하다. 생존을 위한 쿠바의 텃밭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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