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천(춘천 녹색평론 독자모임 회원)

코로나 감염세상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전쟁 같은 일이다. 코로나 질병 최일선에 나선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무더위 속에서 악전고투를 하다 쓰러지고, 물류배송 노동자들은 비대면 사회를 온전히 떠받히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들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수입이 절단 나고 대출마저 거부당하고 있다. 대다수 시민들은 사는 게 곤욕이고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엎친데 덮쳐 북한 정권마저 그동안 우리가 쌓아올린 남북평화 교류의 성과와 상징인 개성 연락사무소를 보란 듯이 폭파시켜 동북아 정치 형세를 뒤집어버렸다. 

이렇게 험난한 코로나 시국에 먹고 살기에 바쁜 소시민들은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소시민들은 생계전쟁이 가장 힘겨운 일인데 외부 악재마저 터져 냉전의 짙은 그림자에 다시 깔리게 될 판국이다. 구름 기단이 세지고 때론 약해짐에 따라 기압전선이 형성되듯 국가 간 힘도 변화무쌍하여 패권질서 형(形)과 세(勢)에 따라 실리 우선주의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때론 그 반대가 된다.

15세기 숱한 침략을 받은 이태리 피렌체 공화국 출신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전쟁 시기에 지도자는 신뢰나 정의 같은 도덕명분론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운명과 지혜는 각각 절반씩이니 지혜로 돌파해 나가라했다. 춘추전국시대 패권전쟁에 시달렸던 손자도 손자병법 허실(虛実)편에서 집단과 개인 간 갈등을 해결하려는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야비하더라도 상대의 실(実)한 곳은 피하고 빈 곳을 공격하고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실(虛実)은 형(形)과 세(勢)와 함께 손자병법의 주된 전략이다. 

손자병법을 가장 충실히 따르는 것은 아마도 코로나 바이러스와 북한 정권인 듯싶다. 코로나19는 감염에 취약한 곳을 먼저 공격하고 장기 생존전략으로 변이를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감염보다 인민의 굶주림이 더 급한 북한 정권은 이 시기에 신냉전이 가장 적절한 묘수라고 판단하고 남과 북의 신뢰, 민족끼리라는 명분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 그들은 코로나 경제공황에 형편없이 후퇴하는 미국 영향력을 체감했고, 실제적 도움을 주지 않는 우리정부를 향해 남북협력교류에 배신을 때리며 중국과 우호관계로 돌아서며 주도권을 쥐기 위해 선제공세를 해왔다. 

북의 공세가 힘이 실리는 것은 예전과 달리 핵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의 폭거에 우리사회의 대다수 시민들은 남북한 냉각정치 흐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보다 더 두려운 것은 코로나 재확산과 경기 침체와 불황, 일자리의 사라짐인데 북한의 변수가 가중되지 않게 해야 하겠다는 이야기다. 우리정부에게 북한 권력의 묘수보다 훨씬 뛰어난 정치 지혜를 발휘하여 동북아 정세흐름에 주도권을 쥐고 산적해 있는 국내 정치현안을 풀어나가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형세에 규정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시대적 운명이지만 형세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도 우리의 지혜로움이다. 6.25를 겪은 우리부모세대는 동북아 형세의 운명의 그림자에 일방적으로 규정당해 왔지만 지금 우리의 경제력은 미국이나 일본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 남한은 경제력으로, 북한은 핵으로 모두 힘을 가진 셈이다. 코로나질병이든 제국들의 패권경쟁이든 세상살이가 위기와 환란에 빠지면 국민들은 전시체제의 경제나 정치에 기댈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정부에게 민주적 전시정치와 전시적 재정정책을 실현하여 밖으로는 국가의 실리를 챙기고 안으로는 검찰, 사법, 언론 등 민주적 개혁과 열약한 노동자들의 지위향상, 공공 보건의료와 보편 복지의 확대로 국가의 틀을 새롭게 만드는 국가 전환 기회로 만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번 북한의 폭거로 정부의 대북정책은 물론이거니와 강원도가 야심차게 추진하려는 금강산 관광 재개, 춘천시가 원주시와 교류하려는 계획들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일, 시민들은 대미 자주 길이든 대북 자주 길이든 실리를 챙길 때는 간교한 여우의 탈을 쓰고, 외교 안보를 챙길 때는 용맹스런 사자의 탈을 쓰고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며 북한 파고와 코로나 감염위기, 경제공황의 장기화를 넘어서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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