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원주시 귀래면 어느 깊은 산골짝, 우리 가족은 전기도 수도도 없는 오지에서 살고 있었다. 산속에서 스피츠 한 마리를 키웠는데 산골에 파묻혀 살아서 인지 습성이 완전한 변견으로 변해버렸다. 도심의 고급 쇠가죽 소파에 앉아 도도하게 굴 것 같은 외모를 해가지고는 대변을 누는 곳마다 따라와 넙죽 받아먹곤 했다. 나는 고작 일곱 살이었기에 재미도 있고, 특히 추운 겨울에는 시린 엉덩이를 뜨뜻하게 만들어 줬기 때문에 별로 싫지는 않았다.

실제 상황을 재현한 연출된 사진입니다.

이후 읍내로 나와 생활하면서 또 다른 개를 키웠다. 흰색 잡종견이었다. 좀처럼 집 근처를 벗어나지 않는 녀석인데 어느 주말에는 나와 장난을 치면서 걷다가 시내에 있는 교회까지 따라와 버렸다. 알아서 돌아가겠거니 하고 우리는 예배를 보러 교회로 들어갔다. 그런데 한창 기도를 드리는 중에 누군가 부모님을 급하게 찾았다. 어머니를 따라 밖으로 나가보니, 아! 우리 개가 어느 집사님이 볼일을 보는 동안 냄새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재래식 화장실에 그만 빠져버린 것이다. 어머니는 노끈을 이용해 개를 꺼냈고 수돗가에서 한 시간 동안이나 개를 빨아야 했다.

갑자기 이렇게 지저분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며칠 전 사건 때문이다. 네 살 먹은 둘째가 응아를 해서 바지를 벗기고 한창 기저귀를 갈고 있는데 춘삼이가 슬그머니 나타나더니 기저귀 가는 것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기저귀 속에 있던 덩어리를 덥석 물고는 뛰는 것이 아닌가. 으악! 소리를 지르며 따라가기 시작했지만 춘삼이는 꼬리까지 흔들며 약을 올리듯 필사적으로 달아났다. 겨우 붙잡아 입안을 열어보니 다행히 삼키지는 않았다. 그래도 걱정이 돼 책과 인터넷을 뒤져보니 별탈은 없지만 습관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한다. 나와 같은 초보 견주들에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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