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소바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일기예보로는 굉장한 소낙비가 쏟아질 듯 하더니만 그저 그렇게 장마중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우중충한 날들이 여름까지 지속돼 맘도 몸도 편치 않았는데 장마까지 겹쳐 더 답답하다. 맘 편히 내 멋대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 지 어언 반년, 지루하고 무덥고 습기 찬 날씨에 속 시원하게 답답함을 뚫어 줄 뭔가가 필요하다. 소바는 이럴 때 위로를 줄 수 있는 음식이라 소개해볼까 한다. 한여름 복더위 중 시원한 음식을 떠 올릴 때 종종 머리 속을 맴도는 것으로 보아 그간의 경험은 ‘만족’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래, 소바야!’ 하는 순간 함께 떠오르는 집이 있다. 사우동 소양3교 건너자마자 왼쪽 길가에 있는 ‘춘천소바’다. 그러나 마음먹었다고 바로 먹을 수 있지만은 않다. 좋은 음식, 맛난 음식은 누구나 다 알아보기 때문이다. 11시 반쯤이면 만석이 된다. 개업한지 2년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소문이 자자해 대기 줄을 세우고 있다. 최근 ‘춘천소바’를 찾았던 날은 마침 기다리는 줄이 짧아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자릴 잡을 수 있었지만.

주 메뉴인 소바 외에 돈까스, 찐만두 등의 메뉴를 함께 시키면 ‘춘천소바’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소바 집이라고 소바만 있는 건 아니다. 돈까스, 찐만두 등 함께 식탁에 올려놓을 수 있는 메뉴가 더 있다. 모두 시켜보면 이집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추가 메뉴가 있어도 상차림은 금방이다. ‘오늘의 주메뉴’ 판모밀은 잘 삶아진 모밀 국수 두 덩이에 이를 적셔먹을 수 있는 조미된 육수로 구성돼 있다. 육수는 간무 2스푼, 썰은 파를 듬뿍 넣고 겨자소스를 살짝 둘러주면 소스로 완성된다. 겨자를 너무 많이 넣으면 육수의 본맛을 잃기 때문에 약간만 넣는 것이 좋다. 이제 모밀 한 덩이를 육수에 푹 담궈 잘 풀어주고 한 젓가락 입으로 가져가면 부드럽게 씹히는 면발과 고소한 육수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시원함이 온몸에 퍼지면서 여름더위가 물러간다. 이런 행복한 기분 때문일까? 안 먹어본 이는 있어도 한번만 먹어본 이는 없다는 게 바로  모리소바다. ‘춘천소바’는 그런 기대를 하고 가도 되는 집이다. 앗, 마지막으로 육수는 꼭 마시고 나와야 한다. 입안을 개운하고 시원하게 해준다.

소바에 이어 돈까스 맛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깔끔한 양배추 샐러드, 베이크드빈스, 과일후르츠, 약간의  밥이 나오는데 평범하기 그지없다. 허나 수제돈까스의 바삭함에 소스의 촉촉함이 더해져 자꾸만 손이 가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사우동 소양3교 부근에 있는 ‘춘천소바’. 입구에 가지런히 정렬돼 대기자를 기다리는 의자가 이 집의 인기를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메뉴 찐만두. 찜통에서 바로 쪄낸 김치만두 여섯 개의 속이 꽉 차있다. 만두피가 얇고 속이 맑게 보여 한눈에 만두 속을 확인할 수 있다. 적당히 맵지 않고 푸짐하다. 만두를 좋아하시면 꼭 같이 드셔보시라. 

‘춘천소바’는 둘째 넷째 목요일에는 쉰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다. 피크타임은 피해서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틀림없이 기다리게 된다. 예약을 하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다.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판모밀과 함께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까스, 아내가 좋아하는 김치만두까지 있어 남녀노소, 온 가족이 다 좋아하는 ‘춘천소바’, 더운 여름 한 끼의 행복을 보장하고 있다.

사우로 170-1 / 전화 253-6100

이철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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