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내가 요즘 같은 시대에 학교에 다닌다면 공부 더 잘하고 더 잘됐을 거야.” 기성세대들이 최근의 교육환경을 부러워하며 종 종 내뱉는 푸념 섞인 말이다.

그들이 또 한 번 부러워할 만한 교육프로그램이 춘천에서 시작됐다. 춘천시와 춘천문화재단이 지난해부터 야심차게 준비해온 ‘학교 안 창의예술교육’이 ‘학교 밖 창의예술교육’으로 이름을 바꿔 지난 18일 아르숲생활문화센터와 커먼즈필드에서 시작됐다.

당초 일정은 지난 4월에 세부 교안 개발을 완성하고 관내 21개 초등학교 1~5학년 200여 학급이 5월 초에 첫 수업을 시작하는 게 목표였다.

코로나19로 인해 계획이 수정되어 학교 밖 공간에서 1개 반 10명씩 총 24개 반이 운영되고  개별적으로 지원한 학생들이 선착순으로 참가했다. 수업은 통합·국어·과학 등 초등학교 정규 교과목과 미술·무용·연극·음악 등의 예술 장르가 결합되어 진행된다. 처음 들으면 수업방식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을 수 있다.

지난 18일 아르숲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린 초등3~4학년 10명이 참가한 국어 2반 수업을 예로 들어보자. ‘나도 성우!’에서는 국어과목의 교과 연계도서인 만화《두근두근 탐험대》와 애니메이션 〈밥묵자〉를 감상한 후 어린이들이 등장인물의 배역을 맡아서 성우 더빙 체험을 했다.

‘우리의 포토툰 만들기’수업에서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을 육하원칙에 따라 스토리로 구성했다. 다음 순서로 그 이야기의 플롯을 4컷의 만화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4컷의 만화를 행동으로 직접 표현하고 그 상황을 4장의 사진에 담았다. 4장의 사진은 커다란 보드판에 기승전결에 맞게 부착되어 ‘포토툰’이 완성됐다. 도서관에서 일어난 사건, 미니 축구시합에서 벌어진 일 등이 익살맞게 표현됐다.

“성우 체험과 이야기가 담긴 4장의 사진을 보드판에 붙인 게 전부라고?” 이렇게 반문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초등 3~4학년 어린이들이 배웠을 교육 효과를 생각해보자.

아이들이 배역을 맡아 등장인물과 동일시되어 목소리로 연기를 하게 되면 교재를 읽는 것 보다 교과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성우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도 생긴다. 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기초적인 작법 뿐 아니라 만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쉽게 터득했다. 

함께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짜내면서 최상의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소통하는 요령도 맛보았다. 

이 모든 게 3시간 동안 이뤄졌다. 전통적인 수업방식이라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수업은 놀이에 가까웠다 책상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웃으며 재잘거리는 아이들은 시종일관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고 집중력도 높았다. 말없이 방관하는 아이는 없었다. 예술인 강사 2인도 능숙하게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은 어떻게 할지? 학습효과가 있을까? 프로그램 시작 전에 품었던 많은 의구심이 말끔히 해소됐다. 

물론 어린이들이 한 두 번의 특별한 체험 덕분에 뛰어난 창의력을 지닌 인재로 성장할 거라 기대하는 건 아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공부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또 오늘의 수업이 창의력의 씨앗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세금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 밖에서 하다 보니 지원한 어린이들만이 참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국 교육여건이 좋은 가정의 아이들이 참가했다는 말이 된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강의실 밖에서 기다리던 엄마 품에 안겼고 자동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학생 간 학습격차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학교 밖 창의예술교육’이 격차를 완화하는 데 작은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프로그램을 준비하느라 고생한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면서 숙제 하나 내드린다. 선착순 모집과 별도로 저소득층이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좀만 더 애써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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