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명
(별빛 생활복지사)

코로나19시대를 맞이해 우리의 삶은 많은 부분들이 바뀌어가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학교는 온라인 수업을 하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여러 가지 활동들이 제약받고 있다. 별빛의 아이들도 처음에는 금방 끝나겠거니 하고 가벼이 받아들였는데 요즘은 어른보다 더 마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여름에는 워터파크에 가는 것을 지상과제처럼 살아온 아이들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으려면 절대 가지 말아야 할 장소 1순위로 꼽을 정도면 말 다했다. 어른들도 처음 겪는 일이 많은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 가끔 우스갯소리로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우리 어른들도 난생 처음 겪는 일이야.”

나는 지금 시골마을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더 정확하게는 시골마을에 들어와 마을과 함께 살아내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골마을 작은 학교에서의 아이들의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60인 이하 작은 학교는 학교장 재량으로 정상 개학을 했고 우리 마을에 있는 작은 학교도 얼마간 온라인 수업을 하다 전교생 등교개학을 했다. 발열체크, 마스크 착용, 접촉을 줄이는 활동 등이 아이들에게 의무로 주어졌지만 그 외에는 크게 다르지 않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시골이라서, 작은 학교라서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물론  방역이나 아이들 안전에는 항상 대비를 하고 조심해야하겠지만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마을교육공동체 활동 워크숍 등을 통하여 전국의 마을활동가 분들과 만날 일이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초 계획했었던 전반기 사업들이 중단되고 하반기에도 사업들이 수정 변형 되면서 대부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 별빛 역시도 마을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대규모로 만나려고 계획했던 행사를 전면 취소 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전반기 온마을학교 프로그램이 전면 중단되었다. 현 상황에 맞게 당초 계획했던 프로그램들을 변경하여 하반기에 시작할 예정이지만 이대로라면 코로나 시국에 맞게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활동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하는 상황이다. 

모든 프로그램을 재정비하며 생각해보니 학교 방과 후, 센터 프로그램과 그 외 다양한 활동이란 이름으로 주어지는 프로그램들은 이런 시골 마을 아이들에게도 여느 도시의 아이들처럼 짐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물론 아직 시골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도시의 그 것과 질적, 양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마치 많은 프로그램들이 줄을 서서 호객행위하듯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형상 같다. 

많은 프로그램 속에서도 부쩍 아이들이 심심하다는 소리를 자주 하곤 한다. 평소 하던 프로그램이 계속 반복되면서 오는 익숙함이 빚어낸 지루함 이었다. 사실 아이들은 쉽게 재밌어 하기도 하고 쉽게 싫증내기도 해서 그냥 지나칠 법도 하다. 하지만 심심하다는 읍소가 지속되는 상황은 더 이상 단순한 변덕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고 느끼게 되었다. 최근에 선생님들과 다양한 활동을 기획해서 ‘별빛의 조건’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분리수거 교육이란 재미없을 법한 내용을 연극과 퀴즈를 통해 풀어내보기도 하고 전래놀이를 전수해 보기도 했다. 또 자치회의를 통해서 아이들이 하고 싶은 활동들을 댄스, 축구동아리로 풀어내기도 했다. 

최근 아이들은 나이 먹기(진놀이)란 전래놀이에 푹 빠졌다. 팀을 나눠 진을 지키면서 나이를 늘려가는 놀이인데 어렸을 적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 나서 알려준 놀이에 요즘 아이들이 이렇게 즐거워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금방 시들해지겠지 했던 것이 이제는 알아서 진을 설치하고 모든 학년이 어우러져 다 같이 해맑게 뛰어놀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다. 우리가 계획하는 모든 프로그램들이 이렇게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기다려지고 스스로 찾아서 하는 그런 것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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