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열두 번째 ‘대서’
대서는 보통 7월 23일 무렵이다.
이 시기는 대개 중복 때로,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가장 심하다. 대서에는 더위 때문에 “염소 뿔도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중국에서는 대서로부터 입추까지의 기간을 5일씩 끊어서 삼후로 나눴는데, ‘고려사’의 기록을 보면 초후에는 썩은 풀에서 반딧불이 나오고, 차후에는 흙에 습기가 많으며 무덥고, 말후에는 큰 비가 때때로 온다고 기록돼 있다.
대서는 중복 무렵일 경우가 많으므로, 삼복더위를 피해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계곡이나 산정을 찾아가 노는 풍습이 있다. 때때로 이 무렵 장마전선이 늦게까지 한반도에 걸쳐 있으면 큰 비가 내리기도 한다. 불볕더위, 찜통더위도 이때 겪게 된다. 무더위를 삼복으로 나누어 소서와 대서라는 큰 명칭으로 부른 것은 무더위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쳐 주기 위함이다.
현대에는 에어컨으로 인해 냉방병에 걸리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냉방병은 더운 여름철에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냉방이 지속될 경우 가벼운 감기, 몸살, 권태감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실내 환경을 개선하면 냉방병의 증상은 대부분 좋아진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여 일상생활이 불편한 경우,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무렵이 되면 농촌에서는 논밭의 김매기, 논밭두렁의 잡초베기, 퇴비장만 같은 농작물 관리에 쉴 틈이 없다. 또한 참외, 수박, 채소 등이 풍성하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과일의 당도가 떨어지고, 가물면 과일이 달아 진다. 작물이 빨리 자라는 시기라 비가 오면 작물에 지장이 많다. “삼복에 비가 오면 대추나무에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다.
홍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