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는 기능에 따라 노동요, 의식요, 유희요 등으로 나뉜다. 그 중 일하면서 부르는 일노래(노동요)는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농사일을 하면서 부르는 소리인 농사노동요는 논농사류와 밭농사류로 또 나뉜다. 이 가운데 논농사요는 모찌는소리, 모심는소리, 논매는소리, 벼베는소리, 벼터는소리, 벼나르는소리 등으로 다양하게 존재한다. 모를 찌고 모를 심고 타작하는 벼농사의 모든 일에 소리가 따른다. 

모를 심고 한 달에서 40여 일이 지나면 김을 매야 한다. 김매는 일은 고된 일이기에 모를 심을 때처럼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함께 했다. 공동으로 김을 맬 때 불리는 노동요는 논매는소리이다. <논매는소리>는 전국적으로 다양하게 전해지는데 춘천 지역의 경우 방아소리, 상사소리, 단허리소리 등이 불렸다. 

2000년 8월 8일 춘천시 사북면 송암리에서 녹음한 논매는소리

논매는 일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초벌매고 두벌 내는 것이 보통이었다. 춘천에서는 초벌을 아이맨다고 하였다. 초벌과 두벌의 차이점은 도구 사용 여부에 달려 있다. 아이논을 맬 때 춘천 지역에서는 대개 호미를 쓴다. 호미도 종류가 여럿이어서 논호미와 밭호미로 구별하는 것이 흥미롭다. 논매는 일에 쓰는 호미는 논호미로, ㄱ자 보다는 좀 더 휘어서 ㄷ자에 가깝다. 논을 맬 때 오른손으로 호미를 잡고 땅을 찍으면서 왼손을 갖다 대면 흙이 뒤집어지기 쉽게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땡볕에 햇볕은 뜨겁고 벼이삭 끝 까끄라기는 얼굴을 사정없이 찔러대는 데다 장시간 허리를 굽힌 상태로 있어야 하기에 논매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이러니 자연스레 소리가 나오게 된다. 함께 힘든 일을 하면서 소리를 맞추면 일도 빨라지고 힘도 덜 들게 느껴진다.

위 사진은 2000년 8월 8일 춘천시 사북면 송암리에서 녹음한 논매는소리 노랫말이다. 흔히 방아타령이라고 불리는 방아소리와 상사데야로 불리는 상사소리로, 앞소리와 뒷소리 모두 다섯 분이 옛 기억을 살려 구연했다. 

‘남의 발등을 찍지를 말고’라는 노랫말은 호미를 사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이며, ‘천하지대본 농사되니 농사 밖에 또 있느냐’라는 부분에서는 농부의 자부심이 드러난다. 

지금은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논을 매는 대신 제초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기계를 이용하기에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강원도에서 논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이다. 강원도청 홈페이지에 가면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쌀을 가리키는 ‘米’라는 한자가 여든여덟 번 손이 가야 한 톨의 쌀이 나옴을 표현한 것이라고도 한다. 밥 한 그릇을 만드는 노고를 생각하며 한번 들어보면 좋겠다.

춘천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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