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춘천 시민들의 생활 자전거 모임 ‘두 바퀴로 가는 세상’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상영한 다큐멘터리 영화 <폭주족의 귀환>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서만 유용한 내용이 아니었다. 공동체 운영의 주체로서 시민이 힘을 가지게 되는 원천과 계기에 대해 큰 일깨움을 주는 영화였다. ‘두 바퀴로 가는 세상’의 주요 활동 중 하나인 ‘크리티컬 매스’ 즉 ‘결정적 다수’가 어떻게 형성되어 세상을 어떻게 바꾸게 되는지를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을 한 사람이 탄 자전거가 차를 세우면서 건너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두 사람, 세 사람이 모여 일정 수준 이상의 다수가 형성되어 길을 건너려 시도를 하면 차량 운전자들은 자신이 일으킬 위험도가 엄청 크다는 사실을 알고 차를 세우게 된다.  

‘크리티컬 매스’라는 용어는 개혁확산을 이야기할 때도 자주 쓰인다. 가령 스마트폰이 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언제 폭발적인 확산이 이루어질까를 이야기하는 경우에도 이 용어를 쓴다. 새로운 미디어가 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 처음에는 호기심이 많고 정보에 밝은 소수의 조기채택자만 관심을 가지는 데 이때까지는 확산이 지지부진하지만 조기 채택자가 모이고 모여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그 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는 확산이 일어난다고 한다. 모든 개혁 확산은 S자 모형으로 전개된다고 하는 명제가 이 용어에 근거하고 있다. 

‘두 바퀴로 가는 세상’은 시민 240명이 참가하는 튼실한 동아리로 자리를 잡았고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좋은 개혁의 확산에 크리티컬 매스가 어느 정도 형성된 듯 보여 이제 이들이 요구하는 도로환경 개선도 하루 빨리 달성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자전거 타기의 확산이라는 긍정적인 일만 아니라 레고랜드와 같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업의 전개에도 크리티컬 매스라는 개념은 적용될 수 있다. 사업 진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비리와 불합리의 크기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고 이를 문제시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급격한 사업 중단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강원도와 춘천의 자치단체장이나 의원이 모두 선출직이기 때문이다.

사실 레고랜드의 사업 전개와 관련된 지금까지의 이력만 보면 크리티컬 매스가 형성되고도 남을 상황이다. 레고랜드 사업 관련 공직자의 배임·횡령이 드러나 유죄판결이 났는가 하면 행정자치부(지금의 행정안전부)의 감사를 통하여 예산 사용의 부적정성이 드러났고 감사원 감사에서는 자금 사용 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사업개발에 참여한 민간에 헐값으로 땅을 판 것도 문제였는데 이를 비싼 값에 되사기도 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의회 동의를 강요해 빈축을 샀는가 하면 이 감춰진 정보 안에는 상식 밖의 수익률 특혜를 외국 기업에 준 사실이 들어 있어 도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아무리 해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생떼로 몰아가자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의 주요 인사가 수일간의 단식을 했는가 하면 그간의 비리를 모아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심지어 관련 고위 공직자는 이런 문제에 항의하는 뜻에서 사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사업을 막을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지 않을까?

이제는 무리한 경전철 개발로 주민들에게 끼친 손해를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지난달 29일 받은 용인시의 전 시장과 사업관계자의 사례를 참고해 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지방자치법상 주민소송을 춘천시민들도 제기해야 할 때가 되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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