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시내

주부들이 재능을 서로 나누며 모임을 갖는다기에 “주부들의 행복찾기”로 컨셉이 그려져 만나기를 청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엄.청.난’ 사람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까지 줄줄이 사탕처럼 마구 쏟아져 많이 신이 났다.

인터뷰 제목을 두고 했던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다하고 싶다.” 목표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지금 이 순간 하고 싶은 것은 명확히 알고 있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지금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는 그녀는 멈춘 시계가 아닌 움직이는 시간을 살고 있었다. 

‘너무나 아까운’ 주부들의 재능을 서로 나누며 성장하는 커뮤니티를 만든 심시내 씨.

서정적인 인플루언서

“사진 찍는 걸 좋아해요. 찍어서 올리다 보니 팔로워 수가 이렇게 늘었어요. 춘천이 굉장히 서정적이어서 처녀 시절부터 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소원을 이룰 줄 몰랐어요.”

낯선 단어 ‘서정적’이 뜬금없이 툭 튀어 나왔다. 이 의미를 어떻게 풀고 싶냐는 질문에 예쁘게 대답한다. 

“국어사전 찾아보니까 ‘정서를 듬뿍 담고 있는 것’이라고 해요. 제가 살아 온 그리고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있는 것으로 말하고 싶어요. 김유정역이 동백꽃 동네잖아요. 소설이요! 이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썼을까~ 생각하면서 그곳을 다니다 보면 느껴져요.”

‘옛 선인들의 정서가 이렇게 살아있는 거구나, 그녀가 춘천의 정서를 만들어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보여줬다. 현재 팔로워수가 1만2천명이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춘천에서 만나기 힘든 인플루언서(SNS에서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에 달하는 많은 구독자를 통해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 인터뷰하고 싶어서 춘천 인플루언서를 얼마나 찾고 또 찾았던가. 그녀가 내 앞에 있었다. 너무 흥분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도 ‘시내. 서정적인 시선’라 적혀 있었다. 

“핸드폰에 있는 카메라로만 표현해요. 다른 앱은 쓰지 않고 그냥 느낌으로 표현해요. 인스타에는 정보가 넘치잖아요. 모르는 것 물어보면서 저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춘천을 잘 알려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춘천에 인생사진 장소가 별로 없어서 찾아보자’하고 있어요.” 

한복 작업을 하는 모습. 제일 앞이 심시내 씨

한복

“서울 토박이인데 남편 직장 때문에 화천으로 와서 쌍둥이 낳고 너무 우울했어요. 신랑이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는 권유로 원광디지털대학교 한복 복식과에서 전통 한복만들기를 시작했어요. 현재 진행형으로요~.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고 배우는 것을 좋아해요.”

한복은 어느 순간 끌렸단다. 

“외할머니가 매해 한복을 사주셨어요. 그때 기억이 나서 좋아하나?(웃음). 어렸을 때 인형 옷 만드는 것 좋아했거든요. 엄마는 바느질하면 팔자가 사납다고 못하게 하셨어요. 그런데 그 바느질이 그렇게 좋은 거예요. 그래서 지금 한복이랑 같이 하고 있네요.”

인스타에 그녀가 만든 한복을 입은 두 아들의 사진을 보았다. 너무 예.뻤.다! 사진 속에 있는 아이들과 한복, 춘천의 배경들이 햇살 가득 비춰 따뜻한 어느 오후 한 때처럼 다가왔다.

작품으로 만든 다양한 매듭팔찌
작품으로 만든 다양한 매듭팔찌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하잖아요. 내가 무언가를 열심히 하면 아이들이 날 보고 자라지 않을까 해요. 아이들이 제가 옷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기꺼이 모델이 돼 주고요. 전통매듭도 좋아해서 직접 만든 매듭을 둘째가 풀고 그러면서 놀아요.”

아직 한글을 잘 모른다고 곁들여 말하는 그녀에게 매듭으로 한글을 만들어 가며 함께 놀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매듭 한글을 인스타에 소개해 보라고 말이다. 

“한복하는 할머니로 늙고 싶어요! 명장이 아닌 죽을 때까지 바느질하는 저요(웃음)~.”

호다닥

얼마 전 춘천사회혁신센터 커뮤니티지원사업 공모전에 당선이 됐다.

“아이들 유치원 보내고 호다닥 만나서 애들 오기 전 호다닥 헤어지자! 등·하원 버스 기다리다 놀이터에서 엄마들을 만나는데 직업들과 재능들이 다양했어요. 경력단절 맘들도 있고 그냥 두기에는 너무 아까웠어요. 아직 방학이라서 끝나면 본격적으로 만나려고 해요. 이런 소통들을 하다 보니 덕분에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회사 다니느라 나에게 이런 재주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그런데 제2의 나를 찾아가며 살아가고 있어요.”

엄마가 아닌 시간, ‘호다닥’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었으면 한단다. 그 행복할 시간을 응원한다.

쌍둥이 아들의 생일을 맞아 지은 한복

엄마

“친구 같은 엄마! 쌍둥이 7살 아들 둘과 진짜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요. 제가 좋아서 막 데리고 다녀요. 어렸을 때 엄마가 식당을 하셔서 함께 하지를 못했어요. 아이들과 제 어린 시절을 채워가는 것 같아요. 지도에 스티커 붙이면서 여행도 다니고 있어요. 아이들 몸 속 어딘가에는 기억하고 있겠죠.”

엄마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안 아이들이 삶을 재미있게,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크기를 원한다고. 그렇게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엄마 시간의 목표라 했다.

재능이 많은 사람이었다.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은 게 문제라는 그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기대하고 있는 그 누군가에게 혹은 그 무엇에게 인플루언서인 사람. 삶이라고 말하는 ‘서정’을 사랑하는 그녀. ‘움직이며 멈춰있는’ 서정적인 시간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가는 그녀.  

“제 선생님들이 말씀하세요.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고. 저는 아직 알을 못 깨겠어요(웃음). 활동하고 있는 그 힘들이 모이면 언젠가는 깨지지 않을까요?”

백종례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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