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를 둘러싼 지역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잘 가늠이 안 된다. 전 같았으면 서로 마주치기 조차 싫어했을 것 같은 정당이나 단체가 연대하거나 결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오죽했으면 생각이 다른 집단과 정당이 연대를 할까 하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다. 레고랜드 사업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부조리와 불합리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착공하는 모습을 연출해보인 것만도 세 번, 관련 고위 공무원의 투옥, 상급기관이나 감사원의 시정 요구, 시민사회와 학술계의 줄기찬 반대, 특혜성 이면 계약의 은폐와 적발 등 일일이 열거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문제가 쌓여왔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레고랜드 이면 계약 특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체결되었는지 누가 관여했는지, 다른 내용은 없었는지를 파악해보고자 하는 도의회 차원의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에 야권과 시민단체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4일 강원도의회 의원 총회를 열고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을 당론으로 정했는가 하면 정의당 역시 3일 행정사무조사를 즉시 실시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심지어 ‘레고랜드 중단촉구 범시민 대책위원회’에서는 한 주요인사가 그간 크게 왕래가 없던 미래통합당을 향해 “사즉생의 각오로 행정조사권 발동을 이끌어”내라고 요구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한번 스치고 지나가는 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우연히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일시적인 연대가 일어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레고랜드에 한정하지 않고 시야를 조금 넓혀 보면 다른 가능성이 보이기도 한다. 탄핵 이후 줄곧 우위를 차지하던 강원도와 춘천시, 대한민국의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최대 야당인 미래통합당에 역전된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여러 가지 많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호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떨어져나가게 됐다는 이야기다. 이들이 나가서 어떤 곳으로도 옮겨가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야당으로 옮겨갔다면 심각하다. 한국갤럽이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하여 지난 4월 이후의 조사결과와 비교해 발표한 결과를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율과 무당층 비율은 정확히 반비례하지 않는다. 여기에 정의당의 지지율이 6~7%선에 지속적으로 자리를 지켜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당 이탈이 특정 야당으로 옮겨갔다는 평가가 어느 정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번에만 일시적으로가 아니라 일정한 추세를 형성하고 있다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어제의 지지자가 오늘은 경쟁 상대인 정당으로 옮겨 가고 그런 내용이 하나의 추세를 형성하면서 굳어져 간다면 큰 정치적 지형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은 오차 범위 내의 격차 수준이긴 하지만 가벼이 볼 일은 아니다. 여기에다 4월 총선 이후 한때 70%까지 돌파한 대통령의 지지율마저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섰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심기일전해서 당면한 수해복구와 코로나 방역, 주거정의 실현을 포함한 경제문제에 총력을 기울이며 뚜벅뚜벅 국정 현안을 챙겨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다. 그저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될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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