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배 (문화비평가)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극장가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극장에 신규 개봉작이 올려지지 않을 뿐 아니라, 계획되었던 영화촬영이 대부분 멈추어버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확산과 감소의 반복 속에서도 잠깐의 틈새를 비집고 몇몇 영화가 개봉하였다. 너무도 좋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어 영화제작의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만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놀랍게 고군분투한 국내 영화가 있다. 조일형 감독이 유아인과 박신혜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6월에 개봉한 영화 〈#살아있다〉(2020)와 연상호 감독이 강동원과 이정현을 주연으로 내세워 7월에 개봉한 영화 〈반도〉(2020)이다. 〈#살아있다〉는 별다른 홍보 없이 관객 수가 200만에 이르렀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반도〉는 300만을 넘겼다. 

죽었으나 다시 살아나는 존재, 또는 죽어도 영원히 죽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을 가진 서구의 문화적 배경에서 좀비의 등장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죽음을 영원한 사라짐으로 생각하는 동양적 문화에서 좀비는 다만 기이할 뿐이다. 그의 존재와 행동 유형, 확산 방식이 낯설기보다는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나라 좀비 영화의 계보를 살펴보면 〈괴시〉(1980), 〈어느 날 갑자기-죽음의 숲〉(2006), 〈이웃집 좀비〉(2010), 〈인류멸망보고서-멋진 신세계〉(2012), 〈부산행〉(2016), 〈서울역〉(2016), 〈창궐〉(2018), 〈킹덤〉(2019), 〈기묘한 가족〉(2019), 〈#살아있다〉(2020), 〈반도〉(2020)로 이어진다. 최근 개봉한 〈#살아있다〉는 좀비에 SNS 요소를 결합해본 작품이다.

좀비와 SNS의 공통분모가 있다면 지독한 개인주의다. 좀비 캐릭터와 유사하게 SNS도 지독히 개별적이고 본능적이다. 현대인은 각자의 손안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입수하고 그것을 통해 인식을 확장하며 타인과의 연결도 이것으로 형성된다. 가족 내에서도 사적 영역을 중시하고 침해하거나 간섭하는 일을 꺼린다. 

이러한 지독한 개인주의가 우리 문화에 깊게 자리 잡았고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좀비와 마찬가지로 무서운 전파력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면에서 좀비와 많이 닮았다. 또한,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을 대하는 일반인들의 태도를 보면 영화에서 좀비를 대하는 정상인의 행동 양식과 상당 부분 닮았다. 

우리나라 좀비 영화는 당시 첨예화된 이슈를 다룬다는 별난 특징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사는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변화를 겪었기에 많은 이슈를 생산해냈다. 이데올로기 갈등, 사회적 계층 간 위화감,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들의 문제, 종교 간의 미세한 다툼과 이단 문제, 강대국의 압력과 저항, 산업화의 그의 부산물인 쓰레기와 공해문제 등등. 

따라서 우리나라 관객들은 좀비를 통해 공포심이나 긴장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좀비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배경 설명을 보면서 바탕에 깔린 역사적 사회적 문제점을 습관적으로 읽어내려 한다. 잘 죽지도 않는 지독한 좀비를 보면서 여전히 우리를 따라다니는 사회문제에 결단코 물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쑥불쑥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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