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천홍 (춘천 남산초 교사)

지난 3월 코로나19로 미등교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교육부가 개학 연기와 함께 가장 빠르게 대처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초등학교에서는 ‘돌봄’,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 관리’였다. 학교의 부재가 교육에 대한 기대보다 ‘돌봄’, ‘관리’에 대한 기대가 우선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겐 어떤 새로운 생각이 필요한 것일까?? 

첫째, 아동의 돌봄을 위한 지역 공동체 내의 공간 및 역할의 강화가 필요하다.

미등교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학생들의 등교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돌봄교실은 운영되었으며, 거리 두기로 인해 돌봄교실이 늘어나 인력이 부족해진 경우에는 교사가 투입되었다. 또한, 등교가 미뤄지고 원격 수업이 시작되면서는 원격이더라도 개학이 되었기 때문에 돌봄전담사들이 예전의 오후 돌봄 형태로 돌아가고 오전의 경우에는 저학년 교사들이 돌봄에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도 있으면서 온라인 수업 준비에 차질이 생기는 혼란도 있었다. 결국, 이번 등교 연기 및 원격 수업 상황에서의 돌봄교실 관련 혼란은 지금까지 학교가 전담해오던 ‘돌봄’에는 한계가 있으며, 지자체와 지역사회 공동체가 지원하는 체계적인 돌봄 시스템이 필요함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 서울시 중구의 사례(《경향 신문》(2020.6.7) “코로나19에도 ‘이상무’···특별한 돌봄교실에 가다”)는 눈여겨 볼만하다. 학교 안의 돌봄교실 및 학교 밖 공간에서 구청이 직영으로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서울시 중구의 경우에는 이번 3월에 긴급돌봄이 시작되고, 온라인 개학을 거쳐 등교 개학의 과정에서도 돌봄교실은 운영 시간과 인력 문제 없이 운영될 수 있었다. 구청에서 인력 확보하고 운영에 투입 가능한 예산을 변용하는 일이 기존의 학교에서 운영되던 돌봄교실보다 더 수월했기 때문이다. 

춘천에서도 지난 7월 춘천사회혁신센터의 주관으로 어린이를 보살피고 기르는 양육자들이 돌봄 방식을 정하는 ‘아주 가까운 돌봄’을 시행하기로 하고 운영할 단체를 선정하는 등 지역사회에 새로운 돌봄 모델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논의가 확장되면서 기존의 학교 내 돌봄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지역 공동체 내 돌봄이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아동·청소년에게 제공되는 돌봄 및 방과후 활동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자. 

원격 수업이 이뤄지고 난 뒤 등교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주장 중에는 적절한 교육에 대한 요구보다는 ‘데리고 있어 주길’ 바라는 요구가 많았다. 물론 아동을 적절한 곳에 맡기고 일터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은 필요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뿐만 아니라 고학년 및 중고등학교 학생들까지도 ‘어른에 의한 관리’를 기대하는 것은, 아동과 청소년이 학교 교육 외 시간에 온전한 지역사회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경험을 제공한 공간과 시설, 프로그램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다. 

실제로 방과후의 취미나 스포츠, 교양 활동이 지역사회 내의 클럽 활동에서 이뤄지는 해외의 많은 나라와 달리, 우리는 학교에서의 방과후교육이나 개인적인 사교육에 맡겨진 것이 당연시됐다. 방과후교육은 의무교육보다는 학습자의 특성에 맞는 소질 계발을 위한 추가적인 교육 활동으로서 학습자의 선택권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을 학교가 운영하면 제한된 예산 속에서 다양한 방과후수업 확보가 어려우며 강사들에 대한 적절한 처우 개선도 어렵게 된다. 이것을 지역사회에서 지역의 예술인, 체육인들과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질 높은 방과후 프로그램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강사가 된 지역사회의 인재들에 대한 지원도 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경험의 제공은 더는 학교나 학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학교는 지역사회와 연계된 체계적인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고민해야 하겠다.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 공동체도 함께 모여 아동과 청소년들이 시민으로서의 사회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방향성 전환을 논의하면서 새로운 인식을 공유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 원고는 국가교육회의 주관으로 6월 26일에 열린 ‘코로나 이후,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위한 현장 포럼’ 중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자발성을 끌어내는 시스템과 교육과정이 필요하다.’의 원고를 일를 발췌·수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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