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직업으로서의 정치고 다른 하나는 생활로서의 정치다. 엄격히 따지면 둘은 서로 대등한 관계에 있지는 않다. 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이익을 늘리거나 이익을 늘릴 수 있는 권력을 더 늘리고자 하는 모든 행위가 다 후자의 정치라면 전자의 직업 정치도 이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이 모여 정당과 같은 결사체를 만들어서 합의된 강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다 똑같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권력과 이익 분배 방식을 정하고자 한다는 면에서는 직업정치와 생활정치가 다르지 않다.

개념상으로는 생활정치가 직업정치를 포괄하는 범위에 있긴 하지만 개인들의 생활정치가 두 사람 이상의 결사체가 움직이는 직업정치로 넘어가는 순간 완전히 다른 특성을 가진 정치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직업정치의 모습이 그렇다. 생활정치에서라면 전혀 나타날 것 같지 않은 몰 합리성이 직업정치와 관련해서는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가령, 최근의 코로나 확산세와 관련한 논란이 그렇다. 이미 정치가 되어버린 지 오래된 한국의 일부 교회가 코로나19의 확산과 관련된 책임 공방을 하는 것을 보면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생각이나 행동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당장 제2의 대유행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있음에 불구하고 광화문 집회에 나가거나 확진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검사를 거부하는 일은 개인이 중심이 되는 생활정치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행태이다. 자신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나서서 안전한 곳에서 검사하고 치료해 주겠다는데 이를 거부할 개인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직업정치에서는 다른 행태가 나타난다. 

사랑제일교회 관련자들의 경우, 파주에서는 확진자가 입원치료를 받던 중 탈출을 감행했는가 하면 포항에서는 확진자가 병원 이송 도중 도주를 하기도 했다. 이 교회를 지도하고 있는 전광훈 목사의 경우는 확진자이면서도 다중이 모이는 8월 15일 광화문 대집회에 나가서 발언까지 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들며 그렇게 했다. 

참 안타깝게도 언뜻 보면 매우 이타적인 행동으로 보이는 이런 몰 합리가 사실은 전혀 이타적인 결과를 낳지 않는다. 당장 사랑 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급속하게 증가한 사실이 그렇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21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 기준 3천415명이 검사를 받았는데 이중 739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로 대부분 8·15 집회 참석은 물론, 서울 이외 지역에서의 예배 참여와 활동도 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그들의 의사에 관계없이 고통과 죽음의 위험으로 몰아넣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이타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들 집단이 오히려 이타적이 아니라 이기적이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할 즈음 직업정치의 몰 합리는 폭력적인 이타성에 있다는 결론이 떠오르게 된다. 사실은 나만 생각하는 독단을 이타라는 허울에 감춰 상대방의 원함이나 생각에 관계없이 강요하는 일이 집단정치가 몰 합리하게 되는 원동력이다. 차라리 이기적이면서 내가 나를 위하는 만큼 상대방도 자신을 위하겠구나 생각하면서 상대방에게 다가서는 것이 정치의 합리성을 찾는 길이 아닐까? 더 많이 자신을 사랑하고 꼭 그만큼 인간을 사랑하는 직업정치의 시대가 대한민국에서 꽃피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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