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인가, 보존인가?

레고랜드 사업으로 촉발된 개발과 보존의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춘천은 해방 이후 38선과 인접한 접경지로서 미군이 주둔한 군사도시이자 수도권에 식수를 공급하는 수질보전지역이라는 2중 3중의 규제에 묶여 있었다. 이런 이유로 춘천은 변변한 기업체도 없고 낙후된 도시라는 이미지가 많았다. 전국의 도청 소재지 중 고속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유일한 도시가 춘천이다. 2010년 개통된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가 춘천시 남쪽을 지나가지만 실제로 시내와 고속도로 간 접근성의 문제로 다른 지역과는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대규모 선사유적,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중도 발굴 유적·유물

여기에 더해 춘천은 소양강과 북한강이 합쳐지는 삼각주가 시내와 인접해 있어 두 개의 강이 실어온 토양의 충적으로 비옥한 땅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춘천은 선사시대부터 많은 사람이 거주한 선사유적의 보고다. 이는 한편으로는 개발에 대한 욕구가 강한 춘천시민들에게 족쇄가 되기도 한다. 경주나 부여처럼 역사자원을 활용하는 도시개발전략이 없었던 탓도 있지만, 춘천시민들은 방대한 선사유적으로 인해 개발과 보존이라는 갈등에 노출돼 있다.

신북 일대와 서면 현암리, 서상리, 신매리 등에서 발견된 대규모 선사유적으로 인해 춘천에 맥국이라는 국가체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는 춘천의 역사적 숙제로 남아있다. 춘천의 선사유적문제는 춘천이 개발과 보존에 있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를 제시해 준다. 단편적인 유적이 아닌 대규모 선사유적은 개발문제에서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많다.

일본의 선사유적 개발사례

시민피해를 최소화하되 대규모 유적 개발은 신중해야.

춘천에는 수많은 선사유적이 자리하고 있다. 2003년에 제작된 춘천시 문화재 분포지도에 따른 춘천의 문화재 유존지역은 414만평에 이른다. 춘천의 문화재 중 가장 많은 범위를 차지하는 문화재가 선사시대 유물 산포지로 신북읍 일대, 서면 현암리·서상리·금산리 일대와 신사우동·우두동·중도동·근화동 일대다. 이들 지역은 발굴을 거쳐 확인을 한 이후에나 개발이 가능해 해당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문화재 유존지역은 발굴을 통해 유적의 성격을 파악하고 보존가치가 충분한지를 검토한 후 개발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춘천에 선사유적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비슷한 유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반증이다. 비슷한 유적의 경우는 발굴을 통해 유적의 성격을 파악해 개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대규모 유적의 경우는 다르다. 대규모 유적은 그만큼 보존가치가 높기 때문에 가능하면 대규모 유적이 발굴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개발계획 자체를 수립하지 말고 지역을 구분해 전략적 개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중도 레고랜드 사태는 이런 대규모 유적지에 개발을 시작한 그 자체에서 야기된 문제인 것이다. (사)춘천역사문화연구회는 레고랜드 사태에 대해 계획단계부터 문제를 제기했으나 결과는 부지를 공짜로 쓰려는 부동산업자들의 농간에 자치단체가 놀아난 꼴이 되었다.

전략적 선택과
충분한 여론수렴 절실.

춘천이 가진 대규모 선사유적을 피해서 개발할 수는 없다. 선사유적은 아니지만 삼국시대 유적이 밀집된 경주나 부여는 문화재를 통한 개발전략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지방정부의 발전 동력을 창출하고 있다.
춘천의 대규모 선사유적은 어느 지역도 가지지 못한 자산이다. 춘천은 도농복합도시로 서울시의 1.8배에 이르는 넓은 땅을 소유하고 있다. 아직도 시 외곽으로는 개발되지 않은 땅이 많다. 대규모 선사유적은 역사적 가치가 높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개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도처럼 대규모이면서 복합적인 유적은 선사유적공원이나 박물관으로 개발하고, 서면과 신북읍을 선사유적벨트로 특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중도사태 핵심은 밀실행정

중도사태를 돌아보면 밀실행정이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이 거세다. 춘천시민단체네트워크의 뿐 아니라 시내에서 만나는 시민들은 중도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자치단체와 개발업자들이 시민을 속였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자치단체와 개발업자들의 도민 기만행위는 <춘천사람들>이 밝힌 이전의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철저하게 정보를 차단한 상태에서 가능하지 않은 일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를 양산한 데 대해 자치단체, 언론, 개발업자 등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질책이 많다.

연재를 마치며

레고랜드 사태를 보면 강원도를 비롯한 개발주체들이 내세운 가치가 과장됐으며, 개발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자치단체가 온갖 편의로 도민의 재산을 넘겨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사태가 가능했던 이유는 소통이 없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밀실행정과 문화재에 대한 자치단체와 역사학계, 시민들의 안일한 인식이 문제를 키웠다는 주장이 거세다.

검찰수사, 시민단체들의 반발, 뒤늦게나마 레고랜드 사업의 본질을 알게 된 시민들의 반대 등 전반적인 상황이 레고랜드 사업의 재검토를 역설한다. 이제라도 사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중지를 모아 새로운 출발선에 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동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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