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이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내용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문재인 대통령의 파시스트적 행태’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 회장은 “의사들이 진료의 현장에서 거리로 내몰”렸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가 4대악 의료정책을 강행”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련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깊이 생각을 해보지 않으면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간의 정부와 의사협회의 협상 과정을 되돌아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내몰린 것이 아니라 판을 깨고 뛰쳐나간 것이라고 해야 맞다. 

의사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것이 아니라 뛰쳐나갔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협상 과정의 자초지종을 모두 들여다 볼 필요는 없다. 지난 21일 정부와 의협이 행한 기자 회견의 내용만 살펴봐도 충분하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집단행동을 중단하는 경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성실하고 진지하게 논의해 나갈 계획이며, 협의 기간 동안 정부의 정책 추진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런 내용에 대해 의협은 “정부가 의대 정원확대,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실시 등 4대악 의료정책을 철회”하면 “파업을 잠정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간추리면 정부의 입장이 ‘어떤 정책 추진도 일단 유보한 상태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의협과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협은 파업을 하고 보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의협은 ‘유보’는 의료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겠다는 것이니, 사실상 ‘조속한 시일 내에 정책을 다시 추진할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하면서 ‘중단’을 천명하라고 했다.

정책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공공연히 전 국민들에게 알린 정부가 기습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고 의사들이 파업을 결의해서 집단행동에 나서는 일은 언제든 할 수 있으므로 사실상 칼자루는 의협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이를 두고 ‘거리로 내몰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운 생각마저 든다. 자신들은 대체재가 없는 독점사업체와 같은 위치를 지니고 있는 데다 생명이라는 절체절명의 대상을 다루고 있는 사람이어서 그 협상력이란 다른 어떤 직업군과 비교할 수가 없다. 이들 의협에서 걸핏하면 내뱉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독점이 죄악시 되고 있다. 상식이다. 독점이 자본주의 근간인 시장을 얼마나 교란하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독점을 허락한다면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일 텐데, 이런 내용은 국민의 합의로 이루어진 의료법 등 관련 법률에 업무개시명령과 같은 조항이 방증하고 있다. 독점적 권한을 쥐고 있는 만큼 책무도 다해야 한다면 지금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염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

독점적 위치가 주는 이익이 실제로 있기는 한가, 그 내용이 무엇인가를 의협이 되묻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국민의 건강 수호를 기본책무로 하는 군대와 같은 성격의 공공의료체계를 신설해야 하는 명분이 된다. 공공의료 체계를 수립해서 독점적 위치를 제거해보면 그들이 지금까지 어떤 편익을 누리고 살았는지를 알 수가 있다. 최대집 회장을 비롯해 의협 관련 인사들이 자신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영역에서 활동하는 자유로운 개인들’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말이 자신들에게는 독점에 따른 공적책임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내용이 아니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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