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펜실베니아주 올드포지에서 벌어진 선거 캠페인에서 연설하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도 몇 마디를 했다. 그런데 이 언급이 한국 국민들의 감정을 들끓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도중 불쑥 “한국? 거기도 끝났어요”라고 말했고, 한 방송국이 자막까지 달아대며 “한국을 깎아내렸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이후 관련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은 완전히 망했다’고 악담을 퍼부었다”는 식으로 확대·재생산됐다. 그러자 SNS에서 “번역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는 누리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던 “끝났다(its over)”라는 표현은 문맥상 ‘한국은 망했다’는 표현과는 다른 의미라는 것이다.

직접 트럼프의 연설 영상을 살펴보니 확실히 의아한 점이 있었다. 몇몇 전문 번역가에게 문의한 결과, 모두에게서 오역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언급하기 전에 뉴질랜드를 먼저 이야기한다. “그들(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다른 곳과 비교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들은 뉴질랜드 이야기를 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New Zealand… it’s over, it’s over for Zealand. Everything’s gone. They had a massive breakout yesterday (뉴질랜드, 끝났다. 뉴질랜드는 끝났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들은 어제 대규모로 터져 나왔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뉴질랜드가 망했다는 의미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뉴질랜드를 언급한 이유는 지난 6월 8일 뉴질랜드가 마지막 확진자까지 치료했다면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최근 다시 뉴질랜드에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설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뉴질랜드… (목소리를 연극톤으로 바꾸고) (코로나가) 끝났어. 뉴질랜드에서는 끝났어, 다 사라졌어”, “(하지만) 어제 (다시) 대규모로 터져 나왔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즉 ‘뉴질랜드는 망했다’가 아니라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를 좋아한다니 비교해 주겠다. 뉴질랜드를 봐라, 끝났다더니 어제 다시 터져 나왔다’ 정도의 의미가 될 것이다. 

이어서 언급한 한국도 마찬가지다. ‘온 세계가 칭찬하던 한국을 봐라. 다시 발발하지 않았느냐’는 의미이다. 물론 방역을 잘해 칭찬 받던 국가들의 불행을 보며 행복해하는 트럼프의 언행을 보면 이렇게 해석을 하거나 저렇게 해석을 하거나 ‘50보 100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은 트럼프의 연설을 끄집어낸 것은 연설 내용 때문이 아니다. 언론이 때로는 대중들의 분노를 부추기고, 그 분노를 먹이로 삼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성경에 나오는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구절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 기사 하나에도 사랑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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