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오랜 대중음악 애호가)

요즘 국내에도 비틀즈(Beatles) 음악 방송이 생겨나고 각종 관련 이벤트와 헌정 밴드도 나타나고 있다. 해체한지 50년, 멤버 두 명은 세상을 떠났고 나머지 두 명은 생존해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요즈음 그야말로 이름 자체로만 남아버린 그들에게 아직 열광하고 지지하는 이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Beatles는 그간에 명멸해간 수많은 예술가중 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중음악의 수준을 한 두 단계가 아닌 그 이상으로 격상시킨 비틀즈는 과연 어떤 비결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먼 이국의 팬들의 마음까지 뜨겁게 달궈 놓는 걸까?

현대 대중음악 세계에 이들이 끼친 영향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흔히들 <Let It Be>, <Something>, <Yesterday>, <Hey Jude>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우리가 알아야할 비틀즈의 본 모습은 실로 장대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강력한 측면이 있다. 1966년 입만 뻥끗하며 지치고 지쳐버린 그들의 지리한 라이브 무대를 뒤로하고 스튜디오로 숨어들며 자신들조차 깜짝 놀랐을만한 치밀한 천재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들이 발휘한 과감한 실험과 시도는 당시에는 물론이고 현재 상황에서도 꽤나 파격적이고 참으로 신선한 시도였다.

1966년에 발표한 음반 <Rubber Sou>에서 시도한 상상력과 과감한 결단, 참신한 시도는 그때까지 대중 음악계에서는 상상 못할 정도의 놀라움을 담고 있다. <Rubber Soul>을 시작으로 자신들이 나아갈 길을 대중들에게 제시하고 동년배 뮤지션과 음악을 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이정표를 남겼다. 다음 음반인 <Revolver>에서 최고조의 실험 정신을 발휘했다.

<Revolver>의 실험정신에 이어 상상력, 위트, 음반 표지의 혁신, 녹음 기술, 시적인 가사 등등 다양한 시도가 결합되어 탄생된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이라는 음반을 발표하는데 만반지상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어쭙잖은, 소위 고전이라 일컫는 작품들을 제치고 우위에 설 수 있는 걸작들이 있는데 이 음반이 그렇다. 에릭 클랩튼은 자서전에서 존 레넌이 ‘Sgt. Peppers’ 음반 발표 전 런던의 유명 클럽에서 마리화나에 취해 데모 테이프를 들려주었는데 모든 손님들이 이 음반에 넋을 잃고 취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 후 유일한 두 장짜리 음반 《The White》는 각 멤버들의 능력을 최대치 발휘한 것으로 음악 애호가의 찬사와 한숨을 몰아쉬게 했다. 이듬해 두말하면 숨 가빠지는 음반 《Abbey Road》를 끝으로 너무나도 충격적인 해산을 하고 마는데. 네 명의 멤버가 횡단보도를 걷는 표지로 유명한 이 음반은 1, 2위를 다투는 훌륭한 앨범이자 기존의 음악을 한다는 모든 뮤지션들에게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 음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팬들에겐 종합 선물 셋트 같은 음반이었다.

발매되는 음반마다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 받으며 50년이 지났지만 아직 많은 이들이 가슴을 두근거리며 사랑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단순히 엔터테이너, 혹은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한 인기 락 밴드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기타와 드럼 나팔 등이 전부였던 대중음악에 현악, 금관 악기나 시타르, 류트 등의 민속 악기를 도입하거나 테이프 역회전 등 녹음과 믹싱의 새로운 시도, 작곡·작사한 노래를 직접 부르고 연주하는 음악가, 사랑 노래 타령에서 벗어나는 사회 비판과 초현실적 내용을 담은 시적인 가사, 인도 철학과 명상, 어느 누구도 근접하지 못한 독특한 하모니, 고전의 표제음악과 같은 콘셉트 형식의 차용, 또 하나 애니메이션까지. 비틀즈가 처음으로 고민하며 시도했던 실험과 실천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예술분야에서 길잡이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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