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14번째 절기 처서

처서는 대개 8월 23일 무렵에 든다. 올해도 지난 23일이 처서였다. 처서에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을이 완연하게 드러나는 시기이다. ‘고려사’에는 “처서의 15일 간을 5일씩 3분하는데, 첫 5일 간인 초후에는 매가 새를 잡아 제를 지내고, 둘째 5일 간인 차후에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며, 셋째 5일간인 말후에는 곡식이 익어간다”고 기록돼 있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한다. 옛 사람들은 처서 무렵,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에서 말리는 ‘음건’이나 햇볕에 말리는 ‘포쇄’를 했다.

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인 처서느 대개 처서는 대개 8월 23일 무렵에 든다.     사진 제공=프리픽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이 돌기 때문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고 한다. 속담처럼 처서의 서늘함 때문에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져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또 이 무렵은 호미씻이도 끝나는 시기여서 농사철 중에 비교적 한가한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따금 뒤늦게 더위가 찾아와 처서에도 폭염에 시달리는 해도 있다. 2016년에는 7월 하순부터 기록적인 장기 폭염이 처서인 8월 23일에도 계속 이어져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 최고 기온이 35도를 찍는 등 한반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1943년 여름에도 서울 등 수도권에선 입추 이후에도 기온이 상승해서, 처서에 38.2도를 기록했다. 올해도 지난 25일 행정안전부가 춘천을 포함해 홍천, 대전, 세종, 공주 등에 폭염경보를 발령했다.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비록 가을의 기운이 왔다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왕성해야 하고 날씨는 쾌청해야 한다. 처서 무렵에 벼의 이삭이 패기 때문에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라고 하는데, ‘처서비에 십리에 천석 감한다’라고 하거나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쌀이 줄어든다’라고 한다. 처서에 비가 오면 흉작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비가 내리면 나락에 빗물이 들어가고 썩기 때문이다. 이는 처서 무렵의 날씨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체득적인 삶의 지혜가 반영된 말들이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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