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이를 데려오기로 마음먹고 준비하면서 반려견에게 산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울 수 있었다. 어떤 책에서는 필요한 활동량에 따라 견종을 분류해 놓기도 했다. 푸들인 춘삼이는 활동량이 많은 편으로 하루에 1시간 정도 산책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나는 한 단어를 놓치고 말았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니 ‘1시간 정도의 산책’이 아니라 ‘1시간 정도의 격렬한 산책’이라고 쓰여 있었다.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단어였다.

크지 않은 강아지이지만 힘이 대단하다. 공원 잔디에서 첫째 아들이 탄 킥보드를 마음대로 끌고 다닌다. 《플랜더스의 개》의 파트라슈가 우유수레 정도는 가뿐히 끌 수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보통 춘삼이를 데리고 아파트를 나서 산책길로 들어서면 처음에는 이곳저곳의 냄새도 맡고 표식도 남기면서 딴청을 피운다. 그러다가 5분 정도 지나면 갑자기 냅다 달리기 시작한다. 줄이 당겨지지 않게 나도 최대한의 속도로 달린다. 고등학생 시절 체력장의 장면이 번뜩 떠오른다. 30초 정도 달리다 보면 ‘하아… 진작 살을 좀 빼 놓을 걸’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잠시 후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춘삼이는 뒤를 힐끗 돌아보며 ‘겨우 그 정도에요? 정말 한심하군요.’ 라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가까스로 마지막 힘을 짜내 뛰다 보면 땀은 비 오듯 떨어지고 눈앞에는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오른다. 춘삼이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춘삼아, 오늘은 여기까지야… 난 도저히 안 되겠어.’

그러던 어느 날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킥보드를 이용해 춘삼이도 실컷 달리고 나도 좀 살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공원에 도착해 하네스(목이 아니라 몸통에 착용하는 장비) 줄을 첫째가 타는 킥보드에 묶었다. 그 결과는? 하하하. 춘삼이는 1시간씩 온 힘을 다해 마음껏 뛰어 다닐 수 있었고, 나는 다시 살이 찌기 시작했다. 개썰매를 타게 된 첫째의 기분이야 말할 것도 없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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