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완 초대전, ‘Out of Memories’
10.4.까지…‘예담 더 갤러리’(도화길 6번길 9)

권태완 작가는 광부다. 기억의 광산에서 보석 같은 순간을 캐내어 곱게 깎고 다듬는다.

작가의 작업과 전시회를 아우르는 주제 ‘Out of Memories’가 만든 갱도는 그의 기억 속 빛나는 곳으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권태완 <Out of Memories>

서울을 떠나 터를 잡은 옛 102보충대 주변의 풍경, 친구랑 함께 다니는 정겨운 산책길, 마당과 들에 핀 맨드라미·수국·나팔꽃·안개꽃·개나리·옥수수, 봄날의 어린양과 고양이, 오래된 장독대와 푸른 언덕위의 빨간 집, 밀짚모자 눌러쓰고 잔디를 깎는 남편, 공놀이하는 아들, 꽃 나뭇가지 위 봄을 알리는 새와 뛰노는 강아지, 곱게 자란 손녀, 칠전동 아파트 창문 너머 사계절, 해먹 위에서 보낸 여름 오후.

해석을 위해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할 필요 없이 소박하고 정겹다. 보석 같은 시간과 대상들은 섞여버린 기억처럼 한 캔버스 안에 경계 없이 담겨있어서, 여러 사진들을 커다란 한 액자 속에 무심히 채워놓은 시골 외할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누구나 기억 속엔 그런 그리움 가득한 액자가 있다. 

하지만 삶이 어찌 좋은 기억만으로 채워질까? 시골집 액자 뒷벽의 얼룩처럼 작가 또한 삶의 그늘이 있을 테다.

“저 세상 가서 이승을 기억한다면 무엇이 먼저 떠오를까? 단연 찬란한 햇빛, 초록 나무들, 깊은 하늘, 구름이 먼저 그리울 것이고 가족, 친구들과 나눈 사랑이 고플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그리기가 “생의 허무를 메워주는 작업”이라 말한다.

많은 아름다운 것들은 딱 그만큼의 깊은 어둠과 허무를 이겨내어 빛을 발한다. 수줍은 소녀를 닮은 노 화가의 미소와 고운 그림들도 예외는 아닐 테다. 결국, 이번에 선보이는 13작품들은 “곱게 잘살아왔구나”라고 다독이며 스스로에게 보내는 선물이다.

그리고 보는 이들에게는 당신의 허무를 메워 줄 인생의 보석들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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