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오일주 개인전 ‘가람’
14.까지…4F갤러리(서부대성로 48번길 26-1)

생명의 근원이자 땅의 핏줄인 강은 이 땅의 여러 도시 곁에서 인간의 흥망을 지켜보며 수 세기를 흘러왔다. 하지만 강을 삶의 터전으로 삼지 않은 도시인들은 강의 존재감을 잊고 살아간다.

오일주 작가는 지난 10년간 강태공이 세월을 낚듯 긴 호흡 속에 존중의 마음을 담아 소양강에 렌즈를 드리웠다. 

오일주 <가람>

강의 옛 우리말인 ‘가람’을 제목으로 삼은 20점의 작품을 통해 인제 관대리 소양강 상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양강은 생명의 터전이다. 새벽안개가 신비롭게 내려앉은 소양강은 부지런한 왜가리에게 먹이를 내어주고, 무리를 벗어난 기러기에게 쉴 곳을 내어준다. 잔물결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얕은 강가에 몸을 담근 강태공은 세상살이의 근심을 덜어낸다. 그 시간 그물을 거둔 어부들의 고깃배는 뱃머리를 집으로 향한다. 

수량이 줄어드는 계절이 오면 수몰민들은 바닥을 드러낸 강변을 목초지로 가꾼다. 소양강이 흰 눈을 덮는 계절이 오면 도시인들은 얼음낚시를 하거나 썰매를 타며 추억을 만든다. 

소양강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워서 작가가 바라 본 강은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을 닮았다. 하늘의 변화를 온전히 품에 안아서 새벽에는 새하얀 안개 뒤로 숨더니 한 낮엔 그 푸름이 산의 녹음보다 더 짙어진다. 이내 높은 산에 둘러싸인 소양강은 황토 빛이 푸름을 밀어내고 붉게 타오르며 깊은 어둠으로 향한다.

우리가 잠시 잊고 살아온 소양강의 진면목이 드러나며 작가가 전시회의 제목을 ‘가람’으로 삼은 이유가 짐작된다.

강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며 우리 곁에 소양강 큰 물줄기가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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