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옥죄고 있다. 이제 다시는 코로나 이전 생활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어두운 전망이 세상을 더욱 우울하게 물들인다.

그럼에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 화상회의와 온라인 공연 같은 비대면 활동들이 코로나19의 장벽을 돌파하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비대면 활동이 각광받으며 약진하고 있다. 그래도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저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수다를 떨면서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키던 친교의 시간은 어찌해야 하는가?
지난달 28일, 격조함을 참다못한 몇몇 시민들이 사이버 공간에서라도 얼굴 맞대고 놀아보자며 온라인 회식을 시도했다. 춘천 서면에서 공동육아를 하고 있는 ‘신나는 협동조합’(이하 조합) 조합원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춘천사람들》도 참여해 온라인 회식을 체험했다.

온라인 회식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 이런 회식이 보편화 될까? 사진은 온라인 회식 현장체험을 하고 있는 홍석천기자가 다른 참여자와 화상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온라인에서라도 만날까요?

서로 얼굴을 볼 수 없어 애가 타던 몇몇 조합원들이 온라인 회식을 제안했다. 프로그램은 알아서 마련할 테니 참여하라는 글이 단톡방에 올라왔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대다수 조합원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날짜는 8월 28일 금요일로 잡혔고, 각자 음식과 음료를 준비해 컴퓨터 앞에 모이기로 했다.

8시, 모두 모여주세요~

드디어 회식 날. 조합원 단톡방은 들뜬 분위기였다. 직접 만남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논다는 기대 때문인지 오전부터 온라인 회식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저녁 8시가 되자 단톡방에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초대하는 링크가 떠올랐다. 서둘러 들어가니 회상회의 방을 개설한 ‘레고’(신나는 협동조합에서는 보다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의미로 이름대신 별명을 부른다.)가 반갑게 맞았다.

“어서 오세요. 온라인 회식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화상으로 진행되는 가족오락관

잠시 후, 공동육아 교사를 포함해 모두 열일곱 가정이 화면에 뜨면서 회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번째 프로그램은 ‘신나는 가족오락관’이었다. 화면으로 보이는 넌센스 문제 등을 먼저 맞히는 사람에게는 소정의 선물이 주어졌다. 별 것 아닌 퀴즈였지만 엉뚱한 대답과 농담이 오가면서 분위기는 다들 배꼽을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함께 음식을 먹으며 무언가를 할 때 느낄 수 있는 일체감이 온라인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느껴졌다. 비록 기술적인 결함 때문에 대화가 끊어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참여자들이 새로운 방식에 재빨리 적응하고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Q.‘이게 뭘까요? 3글자로 맞춰 주세요.’ 실제 온라인 회식에서 나왔던 문제. 정답은 기사 아래쪽에

만져보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벼룩시장

퀴즈로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번에는 집안에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온라인 벼룩시장에 올려놓는 행사가 이어졌다. 카메라를 통해 자신이 내어 놓은 물건을 홍보하면서 물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공동육아 협동조합이니만큼 장난감 등 육아용품이 많이 나왔지만, 냉장고에서 즉석에서 꺼낸 반찬 등 재미있는 상품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어 보이는 반찬이라고 해도 먹어볼 길이 없으니 판매자의 말만 믿고 사야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마치 홈쇼핑을 보는 기분이랄까.

‘들꽃’의 토크쇼쇼쇼

밤 10시부터는 공동육아 교사인 ‘들꽃’이 진행하는 토크쇼도 큰 호응을 얻었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했던 토크쇼처럼 조합원이 돌아가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코너였다. 학창시절 이야기, 연애이야기 등 일반적인 회식자리에서 흔히 나눌만한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온라인 회식의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개미’는 공동육아 교사인 사슴이 화장을 지우고 어린이집에 갔을 때 아이들의 깜짝 놀라더라는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면서 “온라인으로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시도해보니 반응이 너무 좋아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여러분, 다음 마술쇼에서 만나요~

결과적으로 온라인 회식은 대성공이었다. 회식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입을 모아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재밌었다면서 온라인에서도 소통과 교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신입 조합원인 ‘톰’은 처음 경험해본 온라인 회식이 너무 재밌었다면서 9월에는 아이들을 위해 온라인 ‘톰톰한 마술쇼’를 개최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온라인 회식을 구상하고 있다면

먼저 온라인 회식에서 느껴진 첫 번째 특징은 자율성이었다. 일반적인 회식에서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식을 먹기 마련이지만 온라인 회식은 달랐다. 부부와 아이들이 함께한 가정, 부부만 참여하고 아이들은 거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가정, 부모 중 한 명만 참여한 가정 등 다양했다.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만 먹고 술도 원하는 사람만 마시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면 회식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장점이 느껴졌다.

다음으로는 아무래도 기기를 통해 음성이 전달된다는 한계로 인해 반드시 회의를 이끌어갈 진행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관심사에 따라 서로 다른 주제로 나뉘어 이야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회식을 이끌어갈 괜찮은 진행자와 프로그램이 있다면 대면 회식 못지않은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위 사진 속 퀴즈의 정답 : ‘신세계’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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