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는 시장에서 놀자. 시장에는 ‘사람 사는 맛’이 있다. 전통시장이 위기라는 소리가 높지만 시장 사람들은 여전히 꿋꿋하게 삶의 터전을 지키고 있다. 은 서민경제의 근거지인 전통시장을 찾아 시장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다.
생생한 삶의 현장을 누비며 시장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전하려고 한다. 그 속에서 시민들로 붐비는 전통시장 만들기에 대한 고민을 함께 찾으려 한다. ‘전통시장에서 놀자’의 첫 주인공은 ‘춘천중앙시장’이다. 몇 차례 집중적으로 소개한 후 또 다른 전통시장으로 옮겨 이어갈 계획이다.

중앙시장의 과거, 그리고 현재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인 춘천중앙시장(이하 중앙시장)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2년 2월 미 9군단의 지원으로 지금의 제일시장 자리인 중앙로 공설시장에 595개의 점포가 개설되면서 본격적인 시장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당시 중앙시장은 판자를 이어놓은 목조건물의 형태로, 1층은 기둥만 세운 채 천막을 치고 장사를 했으며, 2층은 일본식으로 슬레이트 지붕을 올리고 다다미방으로 꾸며 살림을 살았다고 한다. 미군부대에서 나온 물건들을 주로 파는 군복시장과 양키시장을 중심으로 중앙시장은 자리를 잡았다.

1960년 8월 17일 주식회사가 설립된 이래 중앙시장은 60년대 중반의 목조함석건물에서 60년대 말 철근콘크리트건물로 변모했다. 그 과정에서 1966년에 큰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1970년대 들어 호황기를 맞은 중앙시장은 춘천 시장경제의 주축이자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명동과 육림고개 상가까지 아우르게 된 중앙시장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현대화’ 추진 이후까지 승승장구했으나, 1990년대 이후 변화된 시장경제의 흐름에 비해 정체가 두드러지면서 서민경제의 중심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중앙시장은 2002부터 시작된 아케이드·차양막 등의 설치를 골자로 한 시설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변모를 시도했고, 2010년에는 ‘낭만시장’으로 전환해 전통시장의 옛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중앙시장은 의류와 공산품을 위주로 180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중앙시장은 오래된 전통만큼이나 상인들의 고령화에 따른 여러 문제들이 명암처럼 존재하는 하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사회 전반에 걸친 깊은 경기침체와 지역상권의 변동이 중앙시장의 변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듯하다.

때문에 시나 도의 지원 뿐 아니라 지역사회 연계를 통해 다각도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한림성심대학교와 함께 사업(중소기업청 주최) 공모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통시장이 독자적인 힘만으로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상품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좋은 예로 보인다. 전통시장과 대학이 연계해 청년층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상품·콘텐츠·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번 사업에 선정되면 국비 전액을 지원받게 될 예정이다. 또,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인 ‘낭만FM’도 오는 25일 공식적으로 개국하는데, 시민홍보 차원에서 시작한 큰 행사 중 하나다. 이밖에도 2월 대보름 행사 등 시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다.

현장에서 중앙시장 상인들은 입을 모아 먹을거리가 많이 생겨, 볼거리와 함께 시장을 찾는 시민들을 즐겁게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오랜 시간 시장에서 동고동락한 사람들, 그들이 만든 전통시장인 춘천중앙시장 고유의 멋과 어우러진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중앙시장을 이끌어가는 사람들

춘천중앙시장(주)
김성철(60) 대표

춘천중앙시장(주)의 김성철(60) 대표는 30여년 동안 ‘대영상회’를 운영하며 중앙시장에서 살아 온 상인이다. 지난 해 4월 취임하면서 춘천중앙시장(주)의 6대 대표이사를 역임하게 된 김 대표는 경기를 묻자 “지난 2015년 같은 이런 불경기는 없었던 것 같다. 사실 해가 지날수록 점점 어렵다. 나라 전체 경기와 관련이 있으니”라며 심각하게 운을 뗐다.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을 물었다. “일회성 관심과 행사보다는 상인들 스스로가 해야 한다. 점포마다 개인이 기업주 아닌가. 점포마다 스스로 이벤트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천의 대표시장으로서 자부심이 있지만, 분포도가 의류와 공산품에 치중돼 있다는 게 아쉽다는 김 대표는 앞으로 농수산물과 먹을거리 등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쉬는 날은 부산 국제시장을 비롯해 청주 육거리종합시장까지 틈나는 대로 견학하면서 시장에 대해 공부하지만, 그 시장들 역시 앞만 화려하고 뒤로는 텅 빈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중앙시장에는 현재 빈 점포가 20개 정도 된다. 김대표는 “옛날에는 빈 점포가 금방 채워졌는데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며, 청년창업을 유도해 이 공간을 채우려 노력하겠다고 했다. 시·도나 지역사회의 도움과 지원에 대해 김 대표는 “우리 힘으로만 만들기 어려워 한림성심대학교와 연계해 만들려고 한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스몰마켓이나 먹을거리, 청년창업 유도 등을 고려하고 있고, 빈 점포를 청년창업자들에게 일시로라도 무상임대해주기 위해 점포주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김 대표는 중앙로에서 육림고개로 이어지는 길을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주말장터’로 활용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강원도 내 18개 시·군에서 동시에 서로의 특산품을 홍보하면서 교류도 하고, 외지에서 오는 관광객들에게는 도내의 특산품을 알리는 ‘강원시장 홍보의 장’으로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또 중앙시장만의 대표 먹을거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중앙시장의 위치, 접근성이 좋은 장점을 십분 이용해 수도권에서도 찾아 올 수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고 한다. 여기에 춘천역에서 중앙로, 명동에서 육림고개까지 ‘스토리 로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춘천중앙시장
조숙현(60) 상인회장

“상인들 간의 화합을 위해 일한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중간에도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춘천중앙시장의 조숙현(60) 회장은 ‘잉걸스청바지전문점’과 ‘선호상회’를 운영하는 사장이자 130개의 점포가 가입돼 있는 춘천중앙시장 상인회의 대표다. 상인회는 결성된 지 이제 6년째를 맞는다. 다른 지역보다 많이 늦었지만, 창단 멤버인 조 회장은 총무부터 시작해 지난해 회장직을 맡으며 취임 2년째를 맞고 있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상인회장을 잘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예전에는 서로 몰랐던 상인들이 이제는 만나면 서로 인사도 하고 그럴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오래 장사해 보니 내가 안 되면 다른 사람도 힘들더라.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은데 어쩌나. 그래도 비교적 중앙시장은 아주 나쁘다는 생각은 안 든다”고 담담히 경기상황에 대해 말했다.

원래는 전업주부였지만 공무원인 남편을 따라 춘천에 정착한지 20년. 5년만 한다는 게 이제는 며느리까지 봤고 초등학교 2학년 막둥이 엄마이기도 한 조 회장은 “이제는 시장에서 늙는 게 자연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 회장은 오는 25일 개국하는 ‘낭만FM’의 방송부원으로서도 활약 중이다. “이게 지난해에는 대타로 뛰었는데, 이제는 한 자리 해서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입가에는 연신 미소를 지었다. 곧 있을 방송국 개국행사는 시장의 큰 행사다.

예전에 여성상인회 워크숍을 위해 일본에 다녀온 게 상인회를 만든 계기가 됐다. 조 회장은 “배워야 할 건 배워야 한다. 뭐라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시장에 오면 먹을거리를 많이 찾는데 정 못하면 볼거리라도 만들어보자고 신년회에서 제안했다고 한다. 그 일환으로 따뜻해지는 4~5월에 ‘고객과 함께하는 요리대회’도 열 계획이라 했다. “시장에서 할 수 있는 행사를 하겠다”는 게 조 회장의 포부다.

끝으로 올해의 희망에 대해 물었다. 조 회장은 “중앙시장 상인들이 모두 건강하고 장사가 다 잘됐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덧붙여 시장으로 많이 놀러 오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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