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의사들의 파업이 멈췄다.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사이의 합의에 따라 의사들은 파업을 멈추고 여당은 정부와 함께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정책 관련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애초에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주장이었으므로 길게 끌 수도 없는 파업이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만 둔다고 하니 다행이다. 

지난달 6일 전공의협의회(전협)와 보건복지부 차관의 간담회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끝나고 7일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이 시작된 지 약 한 달 가까이 다양한 형태의 집단행동이 있었지만 의사들의 주장에는 설득력이 없었다. 정부가 원점에서 모든 논의를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의협이나 전협에서는 ‘정책 철회 및 원점 재논의’를 명문화하기 전에는 파업을 끝내지 않겠다고 버텼다. 정책 철회라는 말 속에 문제가 되고 있는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4대 의료정책을 다시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뜻이 들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원점 재논의라는 말이 필요가 없다. 원점에서 새롭게 이야기하자면 문제가 되는 정부의 4대 정책을 완전히 폐기해서 다시는 이야기하지 말자는 말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앞뒤 말이 모순이다. 이 싸움을 하면서 의협 측에서 내놓은 선전 문구에 있는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들이 주장하는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이런 주장을 하면서 의사들은 파업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나마 지난 4일의 합의문 서명식에서 의협 최대집 회장이 “철회 후 원점 재논의, 그런 내용하고, 중단 후 원점 재논의, 사실상 같은 의미로 생각”한다면서 명분 없는 싸움을 끝냈지만 불편한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다. 합의문이 발표되던 날 전공의들로 구성된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정책 철회 및 원점 재논의’를 고수하며 반발하는 등 파업 과정에서 드러난 대한민국 의사집단의 민낯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을 온전히 맡겨도 괜찮을까 하는 의구심을 분명하게 심어주었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삭제한 의협의 ‘전교 1등’ 운운하는 홍보문구 역시 한심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다. 전교 1등이 아니면 의사가 될 수 없다는 뜻인지 돈만 바라보고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의대 입시성적이 높아진 것인지에 대해 도대체 의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하다. 설마 전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전교 1등이 의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어떤 자질도 담고 있지 못해서다. 한국의 교육이 아직도 상당부분 암기식 지식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전교 1등’ 의사론은 유치하기 그지없다. 달달 외운 지식으로 3분 만에 끝내는 외래 진료라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의사에 곧 대체될 것인데 이를 모르고 한 소리가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야기하는 많은 논의에서 없어지지 않을 직업이 갖는 특성으로 꼽히는 내용은 인간에 대한 공감과 이해다. 교사가 지식 전수만 하는 직업이라면 인공지능 환경에서 더 필요 없게 되겠지만 사람과의 교감이 중심을 이룬다면 대체되지 않을 직업이 된다고 한다. 의사들도 스스로 자신들의 직업을 기계에 의해 대체되는 것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공공의료 등 인간에 대한 공감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공공의료와 같은 공적가치는 ‘철회’해서 다시는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떼는 쓰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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