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레고랜드 사업추진 과정에서의 심각한 문제들이 또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2018년 말 강원도와 중도개발공사 대신 멀린이 직접 사업을 추진한다며 변경협약을 체결했는데, 핵심은 레고랜드 테마파크 총 사업비 2천800억 원 중 800억 원을 도가 직접 투자하고 30%의 지분을 확보, 비율에 따른 임대료 수익을 받는 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 내용을 핵심으로 변경협약에 대한 도의회의 승인을 받았는데,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변경협약 원본에는 도의 임대료 수입이 10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되어 3% 정도만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도의 직접투자를 승인해준 도의회는 물론 도민 전체를 속인 것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달 이슈가 된 직후 통합당에서는 조사권을 발동하자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과는 없었고, 민주당 차원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문제제기 하면서 의원총회까지 진행했지만 도와 중도개발공사의 해명을 요청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의사결정에 필수적인 자료를 누락시켜 도의회와 도민을 기만했는데도 미온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해명자료를 보면 더욱 가관이다. 2018년 변경협약의 의회승인을 받기위해 제출한 자료는 원본과 달리 테마파크 임대수익 축소 사항을 포함해서 총 42건이 누락되었다며, 이는 총괄개발협약 14조의 비밀유지 조항에 따른 것이라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도의 임대료 수익을 10분의 1로 축소한 것은 의회의 변경협약 승인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다. 그런 이유로 이를 누락시킨 것은 분명한 고의로 볼 수밖에 없으며, 도의회 의사결정을 중대하게 방해한 행위로써 매우 심각한 문제다. 기존에 투입된 수천억 원의 도민혈세 외에 또다시 800억 원에 이르는 혈세를 아무 대가 없이 멀린에 바친 꼴이 되었는데도 비밀유지 조항 운운하는 것은 도의회와 도민 기만이 극에 달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락 내용 중 심각한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협약 기간 중, 강원도는 멀린과의 사전 합의 없이 도가 소유·관리하거나 춘천시에서 2시간 운전거리 내 또는 강원도 경계선 내의 토지에서 2∼12세 연령의 아이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관광지가 개발 허가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부분이다. 도내 기초지자체가 사업성을 판단해서 추진할 수 있는 어린이 대상 관광지를 멀린사의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위해 강원도가 막아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도정이 불공정하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은 물론, 지자체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이다. 각 지자체가 필요에 따라 어린이 대상 관광개발사업을 추진하면 도는 관계법령에 따라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면 그만인데, 일개 기업의 이윤을 위해 이런 협약을 남발한다면 누가 도정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도는 해명자료에서 지속적인 언론보도로 레고랜드 추진에 대한 불신이 초래되고 정의당과 통합당이 성명서를 내는 등 정치쟁점화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도민과 의회까지 속여 가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도 집행부 스스로가 초래한 문제인데 남 탓만 하고 있으니 최소한의 상황인식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이러한 도민 기만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에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 대책위’는 지난 18일 도 집행부는 물론 도의회 의원 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도 집행부는 물론 그간 무리한 사업추진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온 도의회 의원 전원에 대해 레고랜드 졸속 추진으로 인한 도민혈세 낭비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부디 공정하고 투명한 검찰 조사를 통해 레고랜드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모든 문제들이 가감 없이 드러나 제대로 평가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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