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나비소셜컴퍼니 CSV 디자인연구소장)

특별한 아이를 특별하지 않게 키우려 했던 시간이 있었다. 눈에 띄는 것도, 주목을 받는 것도 모두 불편했던 터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함께 살이’의 힘이 더욱 필요한 아이였기에 나의 불편함을 넘어서는 것이 도전인 셈이었다. 모든 걸 충분히 갖추어 키우기 어려우니 좋은 공간과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연결이 필요했고, 뭐라도 해봐야 할 것이 많으니 곳곳의 할 거리와 다닐 거리를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보니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내가 지금 사는 곳을 가까이하며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이번 130호 ‘민들레’에 소개된 ‘학교와 홈스쿨링 사이’라는 글을 통해 넘나드는 학습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저자인 김지현 씨는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 아들 준규가 홈스쿨링으로 4년 동안 생활했던 과정을 되돌아보며 ‘소셜 스쿨링(Social Schooling)’이라는 말을 썼다. 아이가 중심이 되어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에 대한 발견과 기다림의 여백을 주는 것으로 공감이 된다. 그리고 그 무대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집과 마을이 된다. 일상의 환경이 성장의 배움터로 활약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 북촌의 한옥마을에 살면서 에어비엔비를 운영해 아이에게 늘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기회를 만들어 주었단다. 학교에 있을 시간에 아이는 동네 곳곳의 다양한 일을 하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스스로 배움과 놀이를 넘나드는 방식을 깨우치기도 한 셈이다. 학교와 학교 밖이라는 공간의 기준이 아니라 아이의 편에서 흔들리며 제 자리를 찾는 과정을 함께 겪을 수 있는가의 질문이 필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2년 전쯤 ‘괜찮은 교실’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지역에서 다양한 배움터로 연결하는 것이 필요해서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이를 잘 아는 전문가와 만나야 하고, 정해진 공간과 환경이 필수적이라는 우리 안의 생각들을 뒤집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오히려 더 다양한 사람들과 열린 일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해보자는 뜻에서 누구라도 ‘괜찮은’ 이웃, 선생님, 배움터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 중인 ‘괜찮은 교실’은 발달장애청소년들이 스스럼없이 찾아가는 ‘남의 집’, ‘00교실’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람과 공간 속으로 자유롭게 오가는 활동이 조금씩 늘어가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러움을 찾아간다. ‘가고 싶어요’, ‘하고 싶어요’, ‘먹고 싶어요’를 쉴 새 없이 쏟아놓는다. 표현한다는 것, 이야기할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해보는 것이 다양해지는 것, 늘 살아가던 습관 사이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아 안 해본 것을 해도 괜찮은 것들이 늘어간다. 

코로나19로 다시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진다. 움츠러들고,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일상에서 ‘괜찮은 교실’ 아이들에게는 ‘디지털놀이터’가 다음 공간이 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변수들이 일상을 침범한 올 한해가 우리에겐 새로운 배움과 놀이, 연결의 성장을 향하게 한다. 사회적 돌봄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이 한발씩 사회적 공감능력을 발휘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괜찮은 어른들이 주변에 있다는 안도감은 자신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도록 돕는다. 얼마 전 수해로 어려움을 겪는 생산자에게 사회적 가족으로서의 응원을 모아보기로 했다. 성장하는 아이들의 곁에서 ‘괜찮은’ 어른으로, 선생님으로, 친구로 스스로를 키우는 것은 결국 우리를 넘나드는 모두에게 꽤 ‘괜찮은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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