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복실이’라는 강아지를 키웠었다. 정이 많은 아버지는 개밥에 정성을 쏟았다. 참기름까지 섞어 사람도 군침이 돌게 만들만큼의 대단한 개밥을 만들곤 하셨다. 그러다보니 개의 입맛 수준이 너무 높아져 사료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황제견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지켜봤기 때문에 춘삼이는 처음부터 사료 외의 음식은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이따금 반려견용 간식을 주는 정도이다.

숨겨둔 보물(?)을 찾기 위해 고곤분투 중인 춘삼이. 머리를 숫제 소파 사이에 넣고 있다.

하지만 주지 않는다고 해서 먹고 싶지 않을 리가 없다.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할 때면 춘삼이는 ‘낑낑’하는 소리를 내면서 식탁주위만 빙글빙글 돌곤 한다. 특히 고기나 생선 냄새가 나면 어찌나 애처로운 표정을 짓는 지 크게 한 점을 집어 던져주고 싶은 충동이 불쑥 솟아오른다. 하지만 한 번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애써 무시하곤 한다.

그런데 며칠 전 고등어 반찬을 구워먹다가 젓가락질이 서투른 둘째가 그만 커다란 살점 하나를 식탁 아래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춘삼이는 말릴 새도 없이 덥석 집어물고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춘삼이가 하는 꼴이 너무 우스워 말릴 생각도 하지 않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꼬리를 흔들며 기뻐하던 춘삼이는 혹여나 고등어를 다시 뺏길까 봐 걱정이 됐는지 소파 사이 좁은 틈에 고등어를 숨겼다.

하지만 아뿔싸! 고등어 조각은 소파 사이의 미지의 공간으로 떨어져 버렸다. 코를 박고 고등어 냄새를 맡던 춘삼이는 미친 듯이 소파를 긁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소파 밑으로 떨어진 고기가 돌아올 리가 없었다. 그날 이후 춘삼이는 가끔 숨겨둔 보물이 생각날 때마다 소파에 코를 묻고 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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