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다음해 3월 상설전시관 개관 목표
유족회 “춘천시 요청하면 복제품 기증·임대 등 최대한 협조”

권진규 조각가의 작품이 결국 춘천을 떠나 서울로 가게 됐다.

한국 20세기 조각을 대표하는 권 작가의 미술품 인도를 둘러싼 유족 측과 대일광업 주식회사 간 소송에서 유족이 승소하면서(본지 8월 31일자 9면) 불거진 권 작가 작품의 타 지역 이전 가능성이 결국 현실이 됐다.

생전 권진규 조각가의 모습   사진 제공=권진규기념사업회 

권진규기념사업회는 2021년 3월 경 상설전시관 개관을 목표로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 700여점을 기증하고 곧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상황이 빠르게 진전한 데는 작품을 보관중인 (주)케이론대부의 모회사 케이옥션과 유족 간의 원만한 협의가 있었다. 피고 대일광업은 판결을 받아들여 항소하지 않았다. 이에 대일광업 측이 (주)케이론대부에 변제할 대금을 유족이 대신 지급하고 작품을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유족 측은 향후 2022년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등을 위해 내년 3월 서울시립미술관 내 권진규 상설전시관 개관을 희망하고 있다. 천경자 작가의 상설전시관을 떠올리면 된다.

춘천시는 권진규미술관이라는 문패를 단 단독 미술관을 조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비용 때문이다. 그래서 캠프페이지 인근에 조성될 문화시설 안에 권진규 조각가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는 정도가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독립된 ‘미술관’이 아니라 미술관 내 상설전시 형태이기에 차이가 없지 않느냐? 그렇다면 왜 꼭 서울로 가야하는가? 라는 질문이 가능하다.  

권진규기념사업회의 허경회 이사는 “춘천 권진규 미술관 건립 조성논의는 2004년 ‘하이트’와의 협약을 시작으로 옛 어린이 회관 활용방안 그리고 최근의 대일광업 까지 수차례 진행됐으나 결실을 맺지 못했다. 

아흔을 넘기신 어머니(권진규 조각가의 동생 권경숙) 등 연로하신 유족들은 권진규 탄생 100주년이전에 전시관이 마련되는 게 꿈이다. 춘천 캠프페이지 일대 문화시설의 준공은 빨라야 2023년으로 알고 있다.

그런 이유로 내년 3월 권 작가의 생일에 맞춰 상설기념관 문을 열려는 것이다. 하지만 삼촌이 학창시절을 보낸 곳인 만큼 춘천시의 요청이 있다면 복제품 기증과 임대·출품 등 최대한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 그동안 소송 등으로 많은 이들이 지쳐있다. 이제는 권진규 조각가의 위상에 맞는 연구와 권진규상 제정 등 기념사업에 집중하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위 사실을 접한 시 관계자는 이른 시일에 유족을 만나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듣겠다고 밝혔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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